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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삶, 엄마는 집착했고 아들은 절망했다

중앙일보 2011.11.26 01:29 종합 18면 지면보기
“전국 1등을 해야 한다”고 채근하는 어머니를 살해하고 시신을 8개월간 집안에 방치한 지모(18)군. 전문가들은 이번 참극의 원인을 ‘전자가족(electron family·핵가족보다 더 분화된 1~2인 가족)’의 폐쇄적 구조에서 찾았다. 모자(母子) 단둘이 살던 지군은 어머니의 압박을 객관화하고 상담할 사람이 없었고, 남편과 별거한 뒤 특별한 직업 없이 살던 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성적과 성공에 더 집착하게 됐다는 것이다.


[뉴스분석] 어머니 살해 고3의 비극
별거 후 외부관계 끊은 엄마
아들 성적·성공에만 관심

 25일 경찰에 따르면 지군의 아버지는 지군이 중학교 1학년이던 2006년 부인과 별거에 들어갔다.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동맥을 끊어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등 부인의 성격이 극단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지군의 고모는 경찰 조사에서 “애 엄마가 항상 아들과 같이 다니려고 했고, 이성교제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같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군 어머니 쪽 가족은 이날 경찰에 나오지 않았다. 지군의 친척들은 “부모가 결별한 뒤 다른 친척과도 교류가 없어 어떻게 살아왔는지 구체적으로 모른다”고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아버지와는 1년에 한 번 정도 만났다고 한다. 지군은 이날 큰아버지와의 면회에서 “내가 혼자라고 생각해 아무에게도 힘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머니의 압박과 출구를 찾지 못한 지군의 부담이 비극으로 치달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 김동일(교육학) 교수는 “지군이 집에서 학대 수준의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공유하거나 객관화해 줄 사람이 없어 개인적 위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같은 학대라도 옆에서 함께 당하는 사람이 있거나 방어세력이 있으면 위안이 될 수 있는데 지군은 그런 ‘정상화(normalization) 기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청소년기에는 정신적인 병리가 없어도 살인 같은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성인보다 훨씬 높다”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기 생각만으로 이해한 뒤 충동적으로 범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덕대 장덕희(사회복지학) 교수도 “어머니가 아들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아들을 독립해야 할 인격체로 인정하지 못했고, 아들은 여러 가지 문제에 견딜 수 있는 힘, 이른바 ‘좌절 내성(耐性)’을 키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군은 자신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고통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어머니만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인지적 왜곡에 빠졌다는 얘기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1등’ ‘서울대’만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누구나 지군처럼 마음속에 시한폭탄을 담고 살고 있다”며 “부모의 별거, 분노와 슬픔을 나눌 사람이 없었던 점이 극단적인 선택을 부른 것이지 지군이 특이하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현재 2인 가구가 420만5000 가구(24.3%), 1인 가구가 414만2000가구(23.9%)로 그간 줄곧 1위였던 4인가구(389만8000가구, 22.5%)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지상.강나현 기자



◆전자가족(electron family)=일가 친척이 모여 사는 대가족이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nuclear family)으로 분화됐다면 전자가족은 그보다 더 분화된 1~2인 가족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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