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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잘 읽는 언더우드, 탱크 가방 다시 멘다

중앙일보 2011.11.26 00:47 종합 28면 지면보기
최경주가 2002년 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과 함께 그해 2승을 합작한 옛 캐디 스티브 언더우드를 새 캐디로 고용했다(왼쪽 사진). 최경주는 11일 최경주재단 창립 4주년 나눔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에서 8년 동안 함께했던 캐디 앤디 프로저를 떠나 보냈다. 최경주가 울음을 터뜨리자 프로저가 위로하고 있다. [중앙포토]


“배탈이 나서 오늘 가방을 메지 못하겠다.”

캐디 바꾼 최경주 인터뷰
8년 전 배탈났다며 펑크내 해고
호흡 맞춘 2002년 2승, 성적 좋아
“프로저와 이별, 형 떠나보낸 느낌”



 2003년 1월 PGA 투어 소니오픈 최종 라운드. 최경주(41·SK텔레콤)의 캐디인 스티브 언더우드(43·미국)가 보스에게 전화로 통보했다. 분노한 최경주는 당장 그를 해고했다. 에이전트 임만성(42)씨가 대신 가방을 멨다. 언더우드는 2002년 최경주의 첫 전성기를 함께한 캐디다. 콤팩 클래식과 템파베이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 그가 가방을 멨다. 그러나 최경주의 성공이 자신의 덕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술냄새를 풍기며 대회장에 나타나곤 했다.



 그해 가을 독일에서 앤디 프로저(59·스코틀랜드)를 만날 때까지 최경주는 캐디 때문에 고생을 했다. 최경주는 요즘 허전함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그는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저는 나의 등을 두드려주고 감싸줬다. 그와 헤어진 것은 형을 보낸 느낌”이라고 서운해 했다.



 이제 그를 도울 캐디는 8년 전 악연을 남기고 떠난 언더우드다. 그동안 팀 클락(36·남아공)의 캐디를 했다. 지난해 클락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때 가방을 멨다. 올해 클락이 팔꿈치 수술을 해 경기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시장에 나왔다. 최경주는 “언더우드는 많이 성숙했다. 8년 전에는 나도, 언더우드도 어리고 혈기가 넘쳤던 때였다”고 했다.



 야구 타자로 치면 최경주는 언더우드가 가방을 멨을 때 타율이 매우 높다. 2002년 한 해 2승을 했고 해고 직전인 2003 시즌 개막전인 메르세데스 챔피언십에서 2위를 했다. 올해도 시험 삼아 언더우드와 호흡을 맞춰봤다. 프로저가 딸의 졸업식 등으로 두 차례 자리를 비웠을 때다. 취리히 클래식에서 3위를 했고 AT&T 내셔널에서 2위를 했다. 홈런과 장타가 펑펑 터졌다.



 정상급 선수들의 승부는 그린에서 난다. 프로저는 처음 만날 때부터 ‘나는 그린을 잘 못 읽으니 그린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고 했다. 언더우드는 그린을 잘 읽는다. 최경주는 “퍼트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며 “프로저가 뚝심 있고 고지식한 스타일이라면 언더우드는 융통성이 있고 머리도 좋은 스타일”이라고 했다.



 최경주는 “프로저가 그립지만 캐디 교체는 시기적으로 적절했다”고 말했다.



 “훈련을 더 해야 하는데 프로저가 힘드니까 그만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캐디를 힘들게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나도 덩달아 에너지 활용을 잘하는 좋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캐디의 체력이 달리니 캐디백을 가볍게 한다. 비 예보가 없으면 비옷과 우산을 두고 온다. 전쟁에 나갔는데 적이 없을 것 같으니 탄환을 안 가져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예고 없이 적이 나올 때가 있다. 비가 와서 다른 선수 우산을 함께 쓴 일도 있었다. 언더우드는 체력이 좋으니 집중력도 좋을 것 같다.”



 최경주는 “캐디의 덕목은 성실하고 어려울 때 응원해 주고 거리 등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있을 때 마음이 편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앤디 프로저와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최경주는 “언더우드와도 그런 우정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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