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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선수촌 간 ‘달인’ 김병만 “여러분이 진짜 달인”

중앙일보 2011.11.26 00:00 종합 30면 지면보기
개그맨 김병만씨가 24일 서울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강의를 마친 뒤 여자 핸드볼 대표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진이·윤현경·류은희·정유라·심해인·최임정·정지해·김병만·장소희·우선희씨.


“1m58.7㎝다.”

국가대표 선수들 상대 강연



 개그맨 김병만(36)씨는 키를 묻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러자 한 선수가 “인터넷엔 1m59㎝로 나와 있더라”고 했다. “반올림 좀 했다. 어디서 제 키를 얘기했더니 안 믿더라. 1m43㎝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아~’ 하더라. 도대체 얼마나 작길 바라는 거냐.” 폭소가 터졌다.



 ‘달인’ 김병만씨가 진짜 달인들 앞에 섰다. 그는 대한체육회 초청으로 24일 저녁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수영·핸드볼·레슬링·유도·복싱 등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선수와 지도자 250여 명이 강연을 들었다. 특유의 입담과 ‘달인표 몸개그’에 한 시간 넘는 강연 시간 동안 대표 선수들의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등장부터 남 달랐다. 자신이 키우는 미니어처 말(어깨높이 99㎝ 미만인 조랑말)을 끌고 무대에 올랐다. 말이 긴장했는지 ‘실례’를 하자 “얘가 쇼맨십이 있다. 참고 있다가 여러분 놀래주려고 지금 실례한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편한 자리니 졸리면 주무셔도 된다. 하지만 코치나 감독이 옆에 있다”며 선수들을 웃겼다. 선수들의 요청에 따라 즉흥적으로 수영과 유도, 사이클 등의 달인 연기도 선보였다.



 때로는 웃음 대신 진한 감동이 강의실을 메웠다. 김씨는 최고의 개그맨이 되기까지의 역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안의 빚을 갚아야 했던 사연, 여덟 번 만에 개그맨 시험에 붙은 사연 등은 구구절절했다. 특히 오랜 시간 그의 발목을 잡았던 무대 울렁증을 극복한 사연이 태극전사들의 눈과 귀를 붙들었다.



 “외줄 타기를 하려는데, 관객들의 기분이 어떨까 생각했다. 관객들도 내가 실수할까 걱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긴장해도 내가 긴장하는 거다. 여러분은 편안히 보라’고 얘기했더니 사람들이 웃더라.”



 김씨는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그렇게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12년 동안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연극에 출연하느라 석 달만 빠졌다. 그는 “(선수들은) 나보다 더 땀을 흘리는 이들이다. 내가 배워갈 것이 많다”면서도 “무대에서 지금까지 준비한 것 중 최고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은 비슷하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내 얘기가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수영 여자 국가대표 정다래(20) 선수는 “평소 소양 교육을 할 때는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곤 했다. 그런데 오늘은 웃기도 많이 웃었고, 집중해서 들었다”며 즐거워 했다.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 김온아(23) 선수는 “우리도 큰 대회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한다.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김병만씨의 얘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공감을 표현했다.



 임용운 교육 과장도 “소양 교육 때는 강의실 절반 정도가 차는데 오늘은 꽉 찼다”며 선수들의 관심을 대변했다. 박종길 태릉선수촌장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선수촌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김병만씨의 도전하는 인생과 선수들의 삶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운동 선수들을 좋아한다. 강연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수락했다”면서 강연이 끝난 뒤에도 선수들과 30분 넘게 사진을 찍었다.



글·사진=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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