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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뒷감당 겁났나 … 한전, 전기료 반란 ‘쉬쉬’

중앙일보 2011.11.23 00:28 종합 12면 지면보기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한국전력공사 이사회는 지난 17일 전기요금을 10% 이상 올리자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부에서 협의해 정한 인상률을 통과시키던 관례를 깨고 이날 먼저 인상안을 의결해 지식경제부에 인가를 요청한 것이다. 정부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지식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면피용”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에는 관례 무시에 대한 불쾌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이사회의 결의가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전력난을 완화하겠다는 충정보다는 ‘김쌍수 쇼크’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김 전 사장을 상대로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회사에 2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책임범위를 김 전 사장에서 전체 이사진으로 넓혀야 한다는 말이 나오자 사외이사들이 주도해 인상안을 의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돌연 ‘강공’으로 선회한 한전 이사회에 대한 외부 시선도 썩 곱지 않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원가에 못 미치는 요금으로 회사 재무구조에 오래 전부터 적신호가 켜졌는데 대응은 한참 늦었다”면서 “적자가 쌓여도 결국은 정부가 메워줄 것이라는 생각에 절박함이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한전 이사진은 내부 상임이사 7명에, 사외(비상임)이사 8명으로 짜여 있다. 사외이사 중 4명은 관료 출신, 2명은 정치권·대선 캠프 출신이다. 애초 정부와 정치권의 ‘전기료 포퓰리즘’을 견제하고, 상장 기업으로서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여기에 한전은 이사회 의결 이후 그 내용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구체적인 인상 요구안을 언론에 공개하기를 꺼렸다. ‘할 만큼 했다’는 흔적은 남기되 정부에 밉보일 행동은 최대한 삼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리 보면 이른바 ‘17일의 반란’은 지극히 공기업적인 반란이었던 셈이다.



조민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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