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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비 인상, 여론에 막히자 … 충남도의회 ‘꼼수 상정’ 처리

중앙일보 2011.11.19 02:03 종합 2면 지면보기
유병기 도의회 의장
“내년도 도의회 의정활동비 인상 관련 조례안이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내 세금 낭비 스톱!] 3.4% 인상안 기습상정 3분 만에 가결

 16일 오후 2시50분 충남도의회 본회의장. 유병기 도의회 의장(자유선진당)이 이 같은 선언과 함께 의사봉을 두들겼다. 내년도 충남도 의원 의정비가 연간 3.4%(180만원) 인상되는 순간이었다. 의정비는 올해 5244만원에서 5424만원으로 뛴다. 전체 도의원 45명에 대한 의정활동비는 모두 24억4080만원이다. 지방의 불황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돈이지만 이날 인상안 처리 과정은 꼼수와 변칙으로 일관됐다.



 이날 조례안 상정부터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3분6초. 유병기 의장이 안건을 상정한 뒤 곧바로 이진환 운영위원장이 제안 설명을 했다. 질의와 토론 절차는 생략했다. “사전에 충분히 협의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유병기 의장은 “조례안에 이의가 없는 것으로 알겠다”며 서둘러 조례안 가결을 매듭지었다. 도의회 재적의원 45명 가운데 42명이 참석했지만 의견을 제시하는 의원은 없었다.



 충남도의회는 의정비를 올리는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한 데다 꼼수까지 동원했다. 도의회가 14일 의회 인터넷 사이트에 공고한 이날 의사일정에는 의정비 인상 관련 조례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의사일정은 정보 공개 차원에서 사전 고지하도록 돼 있다.



 도의회 운영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이진환 위원장 주재로 운영위원회 소속 11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모였다. 이들은 만장일치로 의정비 인상 조례안을 이날 본회의에 기습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의사일정은 운영위원회가 결정한다. 의원들은 “시간을 끌어봐야 의정비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을 것 같지 않으니 빨리 처리하자”고 결의했다.



 이에 앞서 충남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심의 과정에서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따라 실시한 주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충남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최근 도의원 의정비를 2.3%(120만원) 올리기로 하고 주민 7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 94.6%가 인상에 반대했다. 하지만 의정비심의위원회는 3.4% 인상키로 결정했다. 충남도 의회 의정비는 도 단위 광역의회 8곳 가운데 경기도(6069만원)에 이어 둘째로 많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 과정에서 위법 사례가 있는 경우 재의결을 요구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내놓은 바 있다. 행정안전부 김성호 선거의회과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의정비를 인상한 지방의회가 시정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충남참여연대 이상선 대표는 “15일 도의회 의장에게 의정비 동결 요구서를 전달한 지 하루 만에 의정비 조례안을 처리했다”며 “도의회 결정을 무효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 취재 결과 18일 현재 전국 244개 지방의회가운데 강원도 등 67곳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여수 시의회는 의정비를 6.17%(205만원) 올리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동결 조치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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