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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텐트 치는 아빠, 그런 아빠 좋아하는 가족들

중앙일보 2011.11.19 01:09 종합 18면 지면보기
경남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야영장. [중앙포토]


“야생에서 우리 가족끼리 ‘1박2일’을 찍는 거죠.”

다음에 카페만 3152개, 대한민국은 캠핑 중



 주말인 지난 12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라이온스 동산’ 입구. 야외캠핑장을 찾은 한원호(44)씨가 딸과 함께 화로에 고구마를 익히면서 ‘캠핑 예찬’을 시작했다. 그는 “캠핑장에 자주 올수록 중학교 3학년인 딸과 더 친해지고 있다”며 “딸이 아침에 라면을 끓여주는데 사춘기 딸한테 언제 이런 대접을 받아보겠느냐”고 웃었다. 최근 야외에서 촬영되는 예능프로그램 인기도 한몫했다. 한씨는 “출연자들이 즐겁게 게임을 하고 텐트에서 자는 것을 보고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그 프로에 나온 ‘병뚜껑 쳐서 멀리 보내기 게임’, 윷놀이 등을 실제로 해봤다”고 말했다.



 떡집을 운영하는 한씨는 지난해 여름 친구의 권유로 캠핑에 발을 들였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캠핑을 떠나고, 일가 친척들에게 함께 가자고 권하는 매니어가 됐다. 떡집이 바빠 떠나지 못하는 날엔 아쉬움을 달래려 집 안에 텐트를 치고 자기도 한다. 그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오면 거실에 작은 텐트를 쳐놓고 거기서 재우는데 다들 색다른 경험이라며 좋아한다”고 했다.



주말인 12일 경기도 남양주 야외캠핑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박성식씨 가족. [노진호 기자]
 이날 라이온스 동산 캠핑장엔 12팀의 가족이 참가했다. 인터넷 동호회에서 모인 이들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 동안 시계와 휴대전화를 보지 않고 자연을 벗 삼아 휴식을 즐겼다. 캠핑 경력 4년차인 박성식(43)씨는 “캠핑이 너무 좋아 맨땅만 보면 텐트를 치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했다. 부인 금미옥(39)씨는 처음 남편의 권유에 “사서 고생을 해야겠느냐”며 싫어했지만 한두 번 따라가고 나서는 남편이 밥하고 설거지도 하는 ‘좋은 아빠’로 변하는 캠핑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다음 카페 ‘캠핑파워’ 운영자 김경환씨는 “캠핑장이 5년 사이에 20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주말엔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현재 캠핑 관련 업계에선 캠핑 인구가 1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오토캠핑장 숫자도 500개가 넘었다. 캠핑 용품 매출 오름세도 가파르다. 쇼핑몰 Hmall의 경우 2009년에 비해 올해 캠핑 용품 매출이 3배 이상 늘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노영준 과장은 “매년 30% 이상 매출 신장을 기록하면서 ‘여름 한철 장사’라는 것이 옛말이 됐다”고 설명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캠핑장 유치가 한창이다. 경남 합천군은 내년 4월 개장을 목표로 황매산 근처에 8만9000㎡의 오토캠핑장을 짓고 있다. 충남 예산군도 내년 6월 개장을 목표로 예당관광지 근처에 캠핑장을 짓고 있다.



  경희대 전병관(스포츠심리학) 교수는 “과도한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휴일마다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나아진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양대 조성식(스포츠산업학) 교수는 “캠핑은 한 개의 텐트 안에서 가족이 함께 잠을 자면서 공동체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레저”라며 “가족, 친척, 친구 간의 관계를 재발견하는 데 그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매이(체육교육학) 교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캠핑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효은·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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