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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들어나봤나,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

중앙일보 2011.11.19 01:07 종합 20면 지면보기
아트, 도쿄: 책으로 떠나는 도쿄 미술관 기행

최재혁·박현정 지음

북하우스, 532쪽

2만4000원




고급반용 여행서다. 많은 사람이 가는 도쿄의 ‘필답 코스’ 소개가 아니다. 전공자의 관록이 묻어나는 현장형 한·일 미술 입문서다.



 도입부에 유화라는 새로운 매체에 매료된 일본 근대 미술의 선구자뿐 아니라 김관호·고희동 등 최초로 일본에 미술 유학을 갔던 우리 선구자의 좌절도 소개했다. 도쿄로 신혼여행을 갔고, 그 이듬해부터 7년간 도쿄예대 대학원에서 함께 미술사를 공부한 두 사람의 설렘과 막막함도 그와 다르지 않았을 터다. 그래서 책은 무엇보다도 미술 유학생 부부의 ‘예술적 생활’을 담은 에세이다. 이들이 긴 시간 열심히 다니고, 보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사랑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일본 최초의 철근 콘크리트 집합주택인 아오야마(靑山) 도준카이(同潤會) 아파트를 손질해 상업공간인 오모테산도 힐즈(表<53C2>道ヒルズ)로 만든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상업공간으로의 변경을 맡은 이는 일본의 대표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0). 아파트 일부를 남겨두는 설계안을 내놓았다. 세입자를 더 받고 싶은 소유주들이 반대하자 “공공에 대해 그 정도는 낭비할 책임이 있다”고 맞섰다. “도로에 길게 세워진 건물은 소유주만의 것이 아니기에 80년 가까이 있던 아파트가 계속 남길 바랐던 사람들의 마음을 배려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풀이다.



 ‘마음을 배려하는 것’은 오모테산도 힐즈만이 아니다. 수채물감과 색연필로 직접 그린 지도에 “꼼꼼히 살펴볼 독자는 하루에 손지도 한 장, 다양함을 추구한다면 두 장 정도”라고 조곤조곤 조언 붙인 별책부록이 그렇다.



 이 두툼한 책에는 네 꼭지의 저자 서문이 있다. 부부가 두 차례에 걸쳐 반씩 나눠 썼다. 올 초의 서문 뒤에 몇 달 뒤 쓴 것을 덧붙였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출간을 미룬 때문이다. 여행서를 손에 들었지만 막상 떠나지는 못할 많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풍부한 사진으로 대신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미술관 하나 없지만 충분히 예술적인 긴자(銀座)의 산책자가 되는 것이며, 하코네(箱根) 조각의 숲 미술관의 길 잃은 아이가 되는 것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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