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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좌파는 “왜 투쟁 안 하나” 우파는 “왜 고된 일 꺼리나” 20대, 너만의 길 열어젖혀라

중앙일보 2011.11.19 00:29 종합 35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누군가 “지금 20대로 돌아간다면 가겠나”고 묻는다. 30년 젊어진다니 누구나 동의할 듯하지만 의외로 아니다. 처음부터 “싫다. 끔찍하다”는 사람도 있다. 내 경우엔 망설인다. 햇살같이 찬란한 젊음을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지만 어두운 터널을 걷는 듯했던 또 한편의 나날을 생각하면 주저하게 된다.



 그래도 청춘은 좋다. 어제 수도권 한 대학에서 특강 명목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나도 두 아들이 대학생이다. 널찍한 캠퍼스를 오가는 풋풋한 젊은이들! 흠향(歆饗)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소화하라는 내용의 강연 말미에 “최근 학교를 자퇴한 고려대(김예슬)·서울대(유윤종)·연세대(장혜영) 학생이 만약 스카이(sky) 대학이 아니었더라도 언론에서 크게 기사로 다루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수도권이고 취업률 상위권인 괜찮은 대학이었지만 ‘스카이’는 아니었다.



 “‘서울대 거부한 자퇴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까 봐 걱정”(유윤종)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나는 세 자퇴생의 진정성을 믿는 편이고, 그들의 앞날을 위해서도 예단은 삼가자는 입장이다. 동시에, 강연에서 나타난 민감한 반응들의 속내도 나름대로 추측한다. 이를테면 자퇴에도 엄연한 서열이 있다는 것. 같은 자퇴라도 스카이쯤 돼야 학력 차별·대학 서열화에 반대한다는 메시지가 사회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 지방·하위권대에서 학비 부담에 시달리며 알바·복학·휴학을 거듭하다 끝내 자퇴하고 만 학생도 많은데 그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는 것. 상류층·패션리더가 끊임없이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고교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 지금 현실에서는 스카이 대학 자퇴가 일종의 차별화일 수도 있다는 것. 1980년대 운동권 대학생들이 학생 신분을 과감히 포기하고 학출(學出)이라는 이름으로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지만 세월이 지나 보니 결국 그들의 출신 대학이 진보 진영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더라는 것. 유명 시민단체 한 곳은 명문 K고 출신, 다른 곳은 명문 S고 출신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는 것. 가장 왼쪽에 있다는 민노당마저 서울대 법대 출신이 대표라는 것….



 게다가 지금 대학생들은 좌우 양쪽 기성세대 사이에서 눈칫밥이다. 386세대 좌파는 “왜 우리처럼 힘 합쳐 투쟁하지 않느냐”, 우파는 “왜 우리처럼 피땀 흘려 노력하지 않느냐”고 힐난한다. 50대가 선후배 세대 사이에 끼어 있다면 20대는 산업화·민주화 세력 사이의 샌드위치, 또 다른 ‘낀 세대’다. 어쩌겠나. 아무리 막막해도 자기 앞길은 자기가 새로 그려나갈 수밖에 없다. 다행히 20대의 판도라 상자에는 시간과 젊음이라는 큼직한 선물이 남아 있다. 건투(健鬪)를 빈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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