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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민속마을 이야기 ③ 아산 기쁨두배마을

중앙일보 2011.11.18 04:30 6면
아산시 둔포면 석곡리에 위치한 ‘기쁨두배마을’. 2007년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이 마을은 전체 58가구 중 30가구가 과수(배) 농가다. 마을 한가운데 들어서면 정보화 회관과 농촌 체험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오토캠핑장도 인기다. 15일 기쁨두배마을을 찾았다.


배 깍두기 만들어 먹고 텐트 치고 놀고 … 스트레스 푸는 도시 속 농촌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아산 배’로 만든 색다른 음식



주민들이 마을에 있는 은행나무 옆에서 배 깍두기를 담고 있다. 배는 마을 고유의 특산품으로 한해 1000t 이상이 출하되고 있으며 배 부침개?요구르트 등의 음식도 시중에 선보이고 있다. [조영회 기자]




이날 오후 3시. 마을에 위치한 400년 된 은행나무 옆에서는 김장철을 맞아 주민들이 배로 깍두기를 담고 있었다. 배는 이 마을의 최고 자랑거리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배가 한 해 1000t가량 생산된다. 맛도 맛이지만 봄이면 하얀 배꽃으로 마을 전체가 뒤덮여 아름다운 절경을 선사한다고 한다.



 “배로 만든 깍두기는 일반 깍두기(무)에 비해 색다른 맛을 내죠. 배의 달콤한 맛에 김치 양념의 새콤한 맛이 더해져 아이들도 좋아해요.”



 네모나게 썰어진 배에 양념을 버무리던 박복숙(52) 부녀회장은 배 깍두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배 깍두기는 이곳에서 전해져 오는 특색 있는 음식으로 아이들이 농촌체험을 오면 꼭 거쳐가는 필수 과정”이라고도 했다.



 “깍두기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배의 맛이겠죠. 맛 없고 무른 배로 만든 깍두기는 일반 무로 만든 깍두기보다도 훨씬 맛이 덜하고 물이 많아져서 먹질 못해요.”



 주민 이운연(52·여)씨는 배 깍두기를 담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일러준다. 이씨는 “배 깍두기는 조금씩 만들어 짧은 기간에 다 먹어야 한다”며 “오랜 시간 놔두면 그 맛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는 배 깍두기 이외에도 배를 이용한 잼과 부침개, 요구르트 등 6가지의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시중에 납품하고 있다.



주민들과 화합하며 지내니 행복도 ‘두 배’



농촌 체험에 참가한 아이들이 배 따기와 고구마·땅콩 캐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아산 기쁨두배마을 제공]
1시간 가량 배 깍두기 담기가 끝나자 주민들은 한데 모여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은행을 줍기 시작했다. 성인 세 명이 안아도 남을 만큼의 커다란 둘레의 은행나무는 300년간 이곳 마을과 함께한 소중한 자원이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장소가 없어 이곳에서 술래잡기를 하곤 했지. 은행나무 밑에는 서당이 자리잡고 있었어.”



 14대째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마을 토박이 정기섭(76) 할아버지는 은행나무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정 할아버지는 “부락이 형성된 시기가 300년 전 정도라고 한다”며 “예전부터 주민들은 은행나무 밑에 모여 앉아 더위를 피하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며 화합을 다지곤 했다. 그만큼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재산”이라고도 설명했다.



 마을 정보화 회관으로 들어가니 몇몇 주민들이 능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다루고 있다.



 “저번에 우리 주민들끼리 산에 가서 찍은 사진 홈피에 올렸으니까 공유하세요.”



 최화자(57·여)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진 사진을 보며 다른 주민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그러자 옆에 앉은 원유남(58·여)씨가 “찍은 거에 비해 사진이 좀 부족해. 팍팍 좀 올려”라며 즐거워했다.



 이 마을은 2005년 아산시로부터 ‘정보화마을’로 지정됐다. 정보화교육을 통해 농민들의 IT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 정보화 회관에는 10여 대의 컴퓨터가 마련돼 있다. 300여 명의 마을 주민 중 대다수가 컴퓨터 교육을 받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다고 한다. 정보화 회관이 마련되고 주민들은 한 덩어리로 더 뭉치게 됐다. 인터넷에 정보를 얻은 뒤 마을소득을 높이기 위해 농사방법을 유기농법으로 바꾸기도 했다.



 ‘기쁨두배마을’이란 이름도 전자상거래를 위해 주민에게 상금을 내걸고 공모한 이름이란다. 처음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역 특산품을 파는 ‘온라인 판매’는 상상도 못했지만 이젠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도 자랑했다.



 마을 홈페이지를 보고 농촌체험 관광을 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주말에는 평균 150명 정도가 찾아와 동네가 북적인다.



 한상호(56) 운영 위원장은 “2007년 정보화마을 조성 당시 정부로부터 9000여 만원을 지원받았다”며 “이후 시설비용이 모자라 마을주민 18명이 900만원을 출자해 정보화마을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험을 오는 관광객들에게는 주민들이 손수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며 마을의 자랑거리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며 “주민들의 화합으로 마을이 발전한 만큼 앞으로도 함께 ‘도시속 농촌정원’으로 유명해 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배 깍두기 만들기 과정



1. 곪거나 상처가 나지 않은 배를 골라 먹기 좋게 자른다. (5~7개 정도가 적당)



2. 파, 마늘, 고추가루 등 일반 깍두기를 담을 때 양념을 만든다.



3. 잘라진 배와 함께 버무린 뒤 항시 냉장 보관하도록 한다. 이때 적당량의 부추를 첨가한다. (부추는 배의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오토캠핑장도 인기



35개 동 연중 운영 … 가족 이용객 많아




음식을 조리하고 있는 캠핑장 방문객. [조영회 기자]
“가족들과 우거진 숲에서 보내는 하룻밤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자연과 하나가 된 느낌이랄까?”



2007년 조성된 이곳 오토캠핑장(이용료 2만원)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에는 명산이나 계곡도 없지만 마을주민들이 나서서 음식을 나누고 인정을 베풀어 한 번 찾은 사람이 또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주부 이성혜(46)씨도 이중 한 명이다. 이씨는 한달에 한 번씩 이곳을 찾고 있다. 남편과 15살 된 아들과 함께 금요일 늦은 저녁 찾아와 토요일 오후에 집에 간다고 한다. 김씨는 “평소 밖에서 자는 걸 불편하게 여겨 남편이 캠핑을 다니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집 가까운 곳에 캠핑장이 생겨 가족끼리 못이긴 척 나와 놀다 보니 오히려 내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고기를 구워 먹고 가족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화목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마을 주민들이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다 주시고 친절하게 맞아주셔서 계속 이곳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곳 오토캠핑장에는 11개의 데크(텐트를 칠 수 있는 마루)가 있으며 35개 동이(A,B캠핑장)연중 운영된다. 주로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공기가 좋고 도시에서 멀지 않아 각광을 받고 있다.



노선선(42·여) 운영 사무장은 “매주 목요일부터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여행자가 원하는 수준의 쾌적한 숙박조건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한상호 마을 운영위원장



“아름다운 농촌 휴양지로 꾸미기 위해

식물원·논풀장 건립 추진하고 있다”




-마을이 아기자기 하고 깨끗한 것 같다. 마을 운영에 있어 힘든 점이 있나.



 “주민들이 수 십년 간 함께 지내오다 보니 화합이 잘된다. 서로 어려운 일은 돕고 기쁨도 함께 나눈다. 마을을 운영하는데 있어 협조가 잘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전혀 없다.”



-마을에 대한 소개와 자랑거리에 대해 얘기한다면.



“우리마을은 2007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됐다. 이에 앞서 2004년에는 정보화, 팜스테이(농어촌 휴양마을)로 지정 받으면서 마을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운영중인 오토캠핑장은 아산에 있는 유일한 캠핑장으로 충남뿐 아니라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푸근한 시골 인심도 한몫 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이곳에서 생산되는 배로 만든 특산품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요즘 귀농이 인기다. 귀농을 문의하는 사람이 있나.



 “캠핑장에서의 추억 때문에 문의를 해주시는 고객분들이 간혹 계시지만 이곳은 현재 빈 땅이 없다. 또한 산업단지가 주변에 들어서면서 땅값이 많이 치솟은 상태다. 귀농은 힘들다고 봐야 한다.”



“현재 도심 속 아름다운 농촌 휴양지로 만들기 위해 식물원과 논풀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5000만이 찾고 싶은 농촌전통테마마을로 거듭나기 위해 농촌체험자원의 개발 및 마케팅, 유기농산물의 생산 판매, 마을홍보 및 자매결연 등에 중점을 두고 마을을 운영해나가겠다.”



[인터뷰] 이성재 마을 이장



“마을의 장점 살려 최고의 휴양지 만들 것”



-이 마을에서 거주한지 얼마나 됐나. 또 이곳의 자랑거리는 무엇인가.



“이곳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곳에 살아보지 않았다. 지금도 우리마을은 예전 시골 풍경 그대로다. 달라진 게 있다면 길이 생기고 주변에 공장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만큼은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찾아오는 방문객 마다 옛 향수를 느낀다고 좋아하더라.”



-마을 특산품이 배라고 들었다.



“쌀도 수확한다. 몇 년전부터 쌀을 수확하는 농가가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배는 현재 35가구 이상이 수확 중이다. 연간 1000t을 출하하는데 이는 아산 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양이라고 들었다. 현재는 수확한 배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음식을 선보이며 기쁨두배마을의 이미지도 높이고 있다.”



-오토캠핑장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얼마나 많은 수가 캠핑장을 이용하는지.



“매주 목요일 정도가 되면 캠핑장 예약이 끝난다. A캠핑장에 30개 팀을 받을 수 있는데 요즘은 그 수가 늘어나 B캠핑장에도 5개 팀을 더 받고 있다. 주변에 좋은 산이 있거나 계곡이 있진 않지만 주민들이 음식도 해주고 하면서 정성껏 받아주니 한 번 찾아온 사람들이 또 찾는 경우가 많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와서 시끄럽거나 불편한 점은 없는지.



“불편한 점은 거의 없다. 마을주민이 많지 않다 보니 평일엔 한적하고, 주말에는 관광객들이 시끄럽게(?)해주니 정감이 있어 좋다. 오시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가족단위라서 그런지 뒷정리도 깔끔하다. 쓰레기도 말끔히 치우고 분리수거도 잘해줘서 오히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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