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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타이어·헌옷에 작물 재배 “재활용품으로 텃밭 가꿔요”

중앙일보 2011.11.18 04:30 1면
바지·와이셔츠에서 자라는 식물


도시농업경진대회 우수상 받은 전한규씨

전한규씨는 “신선한 채소를 식탁에 올리는 일은 약간의 경험과 작은 텃밭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영회 기자]




‘폐타이어 속 바지에서 꽃과 채소가 자란다?’ 일반인이 미처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베란다나 집안 작은 텃밭을 가꾸는 도시민들에게 신선함을 던져 주고 있다. 천안의 한 시골마을 주민이 지난달 열린 도시농업경진대회에 충남대표로 참가, 아이디어 부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조경업자나 작물을 키우는 전문농업인도 아니다. 고향에 내려와 부모와 함께 텃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평범한 농촌 주민이다. 13년 전 고향인 천안시 동남구 미죽리에 정착한 전한규(41)씨는 이번 대회에서 화분이 아닌 재활용품을 이용해 꽃과 채소를 심는 방식으로 ‘가족 텃밭’을 만들어 선보였다.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폐타이어와 비닐포대, 집안 구석에서 몇 년째 잠자고 있는 헌옷도 사용하기에 따라 쓸모있는 재료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 보였다.



 도시농업경진대회는 도시민의 농업활동 활성화와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삶의 질을 높이 위해 해마다 열리고 있다. 전씨 아이디어는 실용성과 보급성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폐타이어에 흙을 넣고 바지와 와이셔츠 등을 활용해 화분 위에 화분을 만드는 입체형이다. 타이어 주위나 옷 안에는 꽃이나 채소를 심기에 적당하다. 배수성도 좋고 만들기에 따라 창의성과 예술적 디자인도 함께 가미할 수 있어 보는 이들과 만드는 이들 모두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텃밭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주말농장 운영



농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 받은 작품.
현재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씨는 농사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해왔다. 전공도 미술로 유명한 홍익대 출신이다. 홍대 미대생이 농사꾼이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고 한다. 몇 번의 사업 실패가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평안과 위안을 받지 못했다. 도시생활에 찌들어 지쳐있던 그에게 고향집 작은 텃밭은 삶의 활력을 되찾아 주는 유일한 장소였다. “정성껏 심은 씨앗이 세상을 향해 돋아날 때 뭔지 모를 보람과 희열을 느꼈어요. 지쳐 있던 마음이 새싹을 바라보는 순간 힘이 나고 기분도 상쾌해지고 ‘이겨내야지’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우수상을 받은 아이디어도 텃밭에서 나온 작품이다. 도시민들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베란다 등 작은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화분이 대부분 같은 모양이어서 환경적으로나 시각적으로도 볼 때 좋아 보이지 않았다. 화분 구입비용도 들이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용기와 스티로폼이 있었지만 플라스틱은 화분과 별반 다를 바 없고 스티로폼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생장 깊이 조절이 쉽지 않다는 단점 때문에 생각을 접었다.



 어느 날 타이어 가게에 수북이 쌓인 폐타이어가 눈에 들어왔다. 타이어 하나를 차에 싣고 무작정 집으로 가져왔다. 아래 배수판을 깔고 흙을 채워 넣으니 원형의 화분이 됐다.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높이 조절이 가능한 용품을 생각하던 중 옷장 깊이 박아 둔 헌옷이 떠올랐다. 텃밭에 버려진 비료포대도 보였다. 원형의 타이어에 원기둥 모양의 화분을 얹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여기에서 나왔다. 뿌리 길이에 따라 긴 바지를 자르거나 반바지로 화분과 같은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전씨는 “비료포대, 청바지, 반바지는 가벼운 데다 배수성도 좋고 작물의 생육 깊이에 따라 접거나 잘라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화분용기를 대체하는데 안성맞춤”이라며 “단순히 꽃을 키우는 것 외에도 대파·부추·상추·치커리·시금치·당근·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작은 공간에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여기에 예술적 감각을 살려 타이어에 색을 칠하거나 바지나 윗옷 색상을 적절하게 배치한다면 실용적이고 디자인 측면에서도 만족할만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족을 위한 실내외 텃밭 만들기







토마토, 치커리 등이 몸에 좋다고 끼니마다 챙겨 먹을 수 있는 집이 몇이나 될까. 돈도 돈이지만 신선한 채소를 매일 섭취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스스로 재배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토마토를 심으면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에 공부하게 되고 보는 맛, 키우는 맛에 먹게 된다. 적은 양으로도 가족이 풍족하게 먹을 수 있다. 천안시 농업기술센터가 도시민을 위해 ‘베란다·텃밭채소 가꾸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채소재배의 기상환경에서부터 베란다에서 채소 가꾸기, 텃밭 채소를 위한 땅과 거름, 집에서 만들어보는 친환경 농약, 텃밭 채소의 병과 진단, 작목별 재배관리, 농사달력, 작물 심는 간격과 퇴비량까지 작은 공간에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올해는 26회에 걸쳐 850여 명의 시민이 교육에 참여했다. 내년에도 4개 과정에서 생활원예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의=주말농장 041-569-6777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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