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옴진리교 21일 마지막 판결
재판이 이처럼 늦어진 것은 옴진리교가 일으킨 사건, 또 그 주동자급 관련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은 지하철 독가스 사건이지만, 실제로 이들이 관여한 사건은 20건에 달한다. 89년 옴진리교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변호사 일가족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사건, 옴진리교 지부를 철폐하려는 소송을 담당한 판사를 살해할 목적으로 사린가스를 살포해 7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킨 94년 나가노(長野)현 마쓰모토(松本) 사린가스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일련의 사건을 주동한 간부급 인물만 모두 18명에 이른다.
절차를 중요시하는 일본의 사법문화 역시 재판을 지연시킨 요인이다. 주범 아사하라의 재판은 사형 확정까지 10년이 걸렸다. 다들 아사하라의 변호를 꺼린 탓에 변호인단은 전원 국선변호인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들은 여론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형사소송법에 충실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검찰 측 제시 증거(1만5687점) 중 98%의 채택을 거부했다. 또 ‘지연 전술’이란 비난을 감내하면서도 검찰 측의 5배에 달하는 1053시간 동안 증인 심문을 했다. 이 틈에 아사하라는 갑자기 영어를 하고, 재판정에서 조는 등 이상행동을 통해 재판을 지연시켰다. 공판만 254회가 열린 1심 재판은 판결까지 모두 8년이 걸렸다. 다른 공범들에 대한 재판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재판 종료까지 모두 16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11명에겐 사형이 확정됐고, 5명은 무기징역, 또 2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나머지 두 사람은 최종재판을 앞두고 있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17일 “사건 발생 16년, 옴진리교의 조직이 두 개로 나뉘어 또다시 젊은이들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옴진리교의 조직원으로 구속됐다 99년 출소한 조유 후미히로(上祐史浩·49)가 ‘아레후(アレフ)’ ‘히카리노와(ひかりの輪)’란 단체를 연달아 만들었다. 전국에 32개 지부를 갖고 있는 양 단체는 대학가에서 삐라를 뿌리는 등 ‘옴진리교의 만행’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을 향해 손길을 뻗치고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