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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기자의 ‘금시초연’ ⑭ 백병동 ‘축전 서곡’

중앙일보 2011.11.18 00:07 종합 30면 지면보기
“좀 더 젊을 때였다면 신나고 좋은 음악이 나왔을 법한데 아쉽고 송구스럽다. 그래도 성의를 다했으니 긍정적으로 들어주십사 부탁 드린다.”


“50년 선배가 보내는 축하편지라오”

 한국 작곡계의 대부, 백병동(75·사진)씨가 새로 쓴 곡 ‘축전 서곡(Festival Overture)’에 붙인 설명이다. 화성법을 공부한 사람치고 그의 책을 보지 않은 이가 드물다. 하지만 이번 작품만큼은 “학생 같은 심정으로 작곡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작곡과에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고도 했다.



 음악은 원로 작곡가가 20대 후배들에게 보내는 축하 편지와 같다.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호른 등 관악 전공 재학생으로 이뤄진 ‘서울대 관악합주’가 창단 50주년 공연을 위해 위촉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백씨는 1961년 대학을 졸업했다. 그 해에 이 합주단이 첫 소리를 울렸다. “당시 관악 전공을 담당했던 이재옥 선생님이 생각난다. 관악기를 가르쳤지만 당신은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수석 자리에 앉았던 전설적 인물이었다.”



 작곡가는 “한국 관악의 기초가 다져졌던 시기를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고 했다. 이재옥 선생 이후 이어진 지도자 계보는 곧 한국 관악 연주자들의 족보이기도 하다. 1994년부터는 호른 연주자 김영률씨가 지휘봉을 잡고 있다. 관악기와 현악기가 함께 하는 관현악단의 역사는 300년에 가깝지만 관악 합주는 100여 년 전에야 시작됐다. 작곡 경력 50년이 넘은 백씨 또한 관악 합주곡은 처음이다. 축제 분위기에 한국적 리듬이 버무려진 작품엔 “창단 50년 공연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작곡가의 윙크가 숨어있다



 ▶백병동의 ‘축전 서곡’=2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시간 10분. 02-880-7961.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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