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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마다 반짝 등장 … ‘안철수 갈증’ 극대화

중앙일보 2011.11.16 01:52 종합 4면 지면보기
15일 오전 9시30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본관 앞.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내렸다. 전날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이면 좋겠다”며 안철수연구소 소유 지분의 절반(1500억원 상당)을 내놓기로 한 안 원장이 “입장을 따로 설명하겠다”며 미리 약속한 자리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질문은 안 받고 간단히 말씀만 드리고 학교 일 하러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걸 단지 실행에 옮긴 것뿐이다. 그간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을 많이 말했는데 그걸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입을 닫았다. ‘대권 행보를 시작한 거냐’는 등의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주목 받는 ‘게릴라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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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권은 안 원장의 ‘치고 빠지기’식 ‘게릴라’ 행보에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보름 간격으로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고 있다”며 “안팎의 검증을 피하는 대신 ‘안철수 갈증’을 극대화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 밖의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할 순 없지만 주요 고비마다 반짝 등장하는 방법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안 원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설왕설래도 부쩍 늘고 있다. 먼저 ‘조기등판론’이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산을 정리하는 건 흔히 ‘마지막’에 하는 일”이라며 “이르면 연말, 늦어도 총선 전에 정치참여를 결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누구와 함께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보수·진보 양쪽이 모두 문을 열어놓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는 “안 원장을 한나라당이 영입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라고 했다. ‘보수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야권 통합신당 측도 안 원장의 동참을 기대한다. 신당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안 원장이) 통합 야당에 들어오도록 할 수 있다”고 했다.



 안 원장은 ‘탈이념’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를 보수·진보의 눈이 아닌 상식과 비상식으로 틀로 보려 한다. 명지대 윤종빈(정치학) 교수는 “현재로선 야권에 가깝지만 통합 신당이 이념적 색채를 강하게 띠면 합류 가능성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안철수 신당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원장 측과 가까운 한 인사는 “국회 진출을 원하는 안 원장 주변 인사들이 정치하라는 결단을 압박할 것”이라며 “안철수 신당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정중동(靜中動)’할 거란 전망도 여전하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대권주자인 안 원장이 총선 전에 나와서는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대선 전까지 지금 같은 ‘간접적 정치행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당 창당과 관련해선 “무당파의 지지를 받는 안 원장이 ‘당’을 만들면 그 자체가 모순”이라며 그 가능성을 낮게 봤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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