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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철수 1500억원 기부를 보는 시각들

중앙일보 2011.11.16 00:02 종합 38면 지면보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1500억원어치)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사회의 기부문화 확산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신선한 움직임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안 원장은 자신의 기부에 대해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공헌을 많이 말했는데 그걸 행동으로 옮긴 것”이란 설명이다. 그리고 자신의 기부금이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 원장의 순수한 마음은 여러모로 인정할 만하다. 지금까지 그의 행적으로 볼 때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는 말에 진정성을 느낄 수도 있다.



 안철수 신드롬의 상당 부분은 그의 이런 자기 헌신과 희생에서 비롯됐다. 그는 벤처 창업 이후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했다. 지난 2000년에는 연구소 전 직원에게 모두 8만 주의 지분을 나눠주었다. 그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이나 대학생을 상대로 강연했던 청춘콘서트에서 여러 차례 ‘부의 사회환원’을 언급해온 것도 사실이다. 청춘콘서트가 끝나면서부터 기부를 구상해온 흔적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안 원장의 기부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안 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고민’ 이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정치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앞둔 포석이라고 보는 해석이 분분하다. 그래서 순수한 기부와 희생이 정치 출사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현 시점은 이런 정치적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모든 정치 세력이 안 원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손학규·문재인·박원순 등 야권통합파로부터 통합신당에 합류해달라는 요청을 공개적으로 받았다. 여론조사에서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그를 빼놓고 야권 통합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신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폭등하고, 일부에서 안 원장의 재산에 대해 시비가 일어나는 것도 이런 정치적 위상 때문이다. 그러니 시비를 다독거리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정치인의 기부라 해서 나쁜 행위일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사회엔 정치인의 재산 기부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들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재산 관련 물의가 끊이지 않자 대선 직전 전 재산 기부를 공약했다. 그나마 청계재단을 만들어 재산을 맡기고 임대수익으로 장학금을 주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기부의 의미가 상당히 퇴색했다.



 물론 안 원장의 기부는 보다 순수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안 원장이 정치권의 유력 변수로 남아 있는 한 기부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떨쳐버릴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안 원장의 기부는 이후 그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최종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현 시점에선 안 원장의 기부가, 그 자신의 말처럼 ‘기부문화 확산의 마중물’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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