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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에서 ‘이게 다 MB 때문’으로…임기 말 푸닥거리 시작됐나요

중앙일보 2011.11.16 00:00 종합 39면 지면보기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단편소설(백영옥 작가)이 발표된 것은 2007년 3월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가 11개월 남았을 때였다. 소설 주인공의 엄마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야”를 입에 달고 산다. 삼촌은 로또 당첨금을 탕진한 뒤 아버지 산소에 가서 울며 말한다. “아부지,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잖유.” 생각해보면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소설이 발표되기 한참 전부터 인터넷 공간이나 술자리에서는 기르던 강아지가 죽어도, 여자친구가 절교 선언을 해도 모두 ‘노무현 탓’이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동네북’이라 자조한 적도 있었다.



 임기가 15개월 남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슬슬 ‘이게 다 MB 때문’ 현상이 시작된 듯하다. 취임 직후부터 MB를 인정하지 않았던 고정 비토 세력은 물론이고, 중간지대에 있던 사람들까지 MB에 대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는 기색이다. 4대 강 사업을 반대한 세력이 대통령에게 덧씌운 이미지 중 하나가 ‘토건(土建·토목건축)’이다. 토건국가·토건세력이라는 식으로 비판과 비아냥들을 쏟아냈다. 한강 르네상스·서해뱃길 사업을 추진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토건세력 취급을 받았다. 박원순 현 시장은 토목사업을 줄여 복지에 쓰겠다는 공약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급기야 며칠 전에는 대한토목학회 부산·울산·경남지회가 “토목이라는 용어가 마치 복지에 반대되고, 불필요한 국가사업을 나타내는 말로 잘못 인용되고 있어 토목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내용의 호소성 협조문을 정당·언론사·시민단체에 보내기도 했다.



 노무현에게 실정(失政)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다 잘못했겠는가. 마찬가지로 MB가 추진한 토건사업, 나아가 국정 전반에도 공과 과가 섞여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도 단임 대통령제의 우리나라는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모든 것을 대통령에게만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권력 교체기의 살풀이요, 푸닥거리다.



 최고 권력에 대한 과도 귀인(over-attribution) 현상은 역사적·문화적으로 꽤 뿌리가 깊은 것 같다. 인류학자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는 명저 『황금가지』에서 고대의 끔찍한 권력 교체 방식들을 소개한다. 어떤 나라에선 통치자가 5년 동안 절대적인 전제군주 권력을 행사한다. 5년이 끝나는 날 그는 참수당한다. 떨어진 머리는 군중 속으로 던져지고, 사람들은 서로 머리를 주우려고 다툰다. 머리를 차지한 자가 다음 5년의 통치자가 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줄루족에는 왕의 얼굴에 주름살이 생기고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면 즉각 죽여버리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비판할 건 하더라도 공과를 두루 염두에 두고 해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을 뽑은 것도, MB를 뽑은 것도 결국 우리 국민이다. 자칫하면 제 얼굴에 침 뱉기가 된다.



노재현 논설위원·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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