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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hungs’ 7년 만이군요

중앙일보 2011.11.15 00:44 종합 24면 지면보기
정명화·경화·명훈 남매(맨 위부터). 1998년 베토벤 3중 협주곡을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에 들어갔던 사진이다. [중앙포토]


“실내악을 하는 음악가들은 가족처럼 연주한다는 비유에 익숙하다. 하지만 어제 정 트리오의 카네기홀 연주는 문자 그대로 가족적이었다. 이 실제 남매들의 음악적 호흡은 잘 맞아떨어졌다. 또 각자 이룩한 세계적 명성을 조화시키는 까다로운 작업도 잘 수행했다.”

내달 13일 이대·온누리교회 무대
어머니 추모하는 전석 초대 공연
내달 26일엔 경화씨 복귀 독주회



1982년 12월 21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기사다. 정 트리오는 서양 청중에게 지극히 동양적인 팀이었다. 한국에서 6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 온, 실제 가족이 모여 기막힌 음악적 조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전설이었다. 콧대 높은 서양의 공연장·음반사와 호흡을 맞추며 찬사를 이끌어냈다. 70~90년대에 정 트리오 전성기를 일궈낸 정명화(67·첼로)·경화(63·바이올린)·명훈(58·피아노) 남매는 2004년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를 마지막으로 공연하지 않았다. 앙상블보다 각자 연주로 바빴기 때문이다. 청중에겐 아쉬운 작별이었다. 음악계에선 ‘빅 카드’의 손실이었다.



 이들이 돌아온다. 7년 만이다. 다음 달 13일에 두 차례 무대에 선다. 오전 11시 이화여대 대강당, 오후 8시 양재동 온누리교회 횃불회관이다. 셋 모두 함께하는 트리오 작품 한 곡과 정명훈씨가 누나들과 각각 호흡을 맞추는 바이올린·첼로 소나타가 연주된다. 또 2007년 작고한 맏이 정명소씨의 자녀가 피아니스트로 참여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공연은 가족 음악회 분위기로 진행된다. 지난 5월 9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 이원숙 여사를 기리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전석 초대 공연이다. 일반 매표를 진행하지 않는다.



 초대되는 손님은 어머니가 생전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다. 모교인 이화여대 학생들, 교회 교인들 및 지역 주민들, 또 음악계 지인 등이다. 이화여대 대강당은 이원숙 여사가 정 트리오의 연주를 앞두고 못과 망치를 들고 다니며 객석 의자를 고쳤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정트리오의 이번 연주는 어머니의 추억과 작별하는 의식(儀式)이다.



 첼리스트 정명화씨는 “정 트리오의 팬들 앞에서 공연하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우선은 어머니를 함께 추모하기 위한 무대를 만들어야 하기에 초대 공연으로 결정했다. 일반 청중을 만나는 기회도 곧 마련되도록 힘쓸 것”이라 말했다. 정 트리오의 이름으로 내년 5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빌려 놓은 것이 힌트다.



 정 트리오 무대는 세계 언론도 주목했던 ‘The Chungs’, 즉 정씨 일가 복귀의 신호탄이다. 또 다음 달 클래식 음악계가 이들의 무대로 장식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솔리스트로 복귀한다. 다음 달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다. 정경화씨는 2005년 부상으로 한국에서 공연을 취소한 후 무대를 떠났다. 지난해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올 여름 대관령에서 언니 명화씨와의 앙상블로 서서히 손을 풀었다. 이번 독주회는 무대의 주인공으로 돌아오는 본격적 귀환이다.



 정경화씨는 공연 제목을 ‘그가 돌아왔다(She is Back)’으로 정하고 “연주 인생 3막이 시작됐다”는 설명을 붙여놨다. 브람스·프랑크 소나타 등 젊은 시절 추상(秋霜)과 같은 활 놀림을 들려줬던 작품을 골랐다.



 정명훈씨는 지휘자로 화제를 이끈다. 9월 평양을 방문하고 온 그는 올해 안으로 북한 연주자들과의 교류 연주를 예고했다.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 ‘합창’을 함께 연주한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중으로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함께 2년 동안 계속했던 말러 교향곡 전곡(10곡)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오래된 한국 명문 음악가의 컴백에 음악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김호정 기자



◆이원숙 여사(1918~2011)=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나 서울 배화여고, 이화여전 가사과를 졸업한 후 일본에서 유학했다. 정트리오 외에도 정명소(플루트 연주자), 둘째 명근(사업가), 넷째 명철(교수), 일곱째 명규(의사)씨 등 일곱 남매를 길러내 ‘장한 어머니상’(1970), 국민훈장 석류장(1990)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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