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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드라이브

중앙일보 2011.11.15 00:41 종합 27면 지면보기
라이언 고슬링(왼쪽)·캐리 멀리건 주연 ‘드라이브’.
“돈을 주면 여잔 안전해. 하지만 넌 인생의 계획, 미래의 꿈 이런 건 다 포기해야 하지. 평생 두려움에 떨면서 살아야 될걸.”


연약한 여자 시선에 빠진 순정마초, 엉망진창 사건에 말리다

 마피아 보스에게서 이런 협박을 받고 사지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갈 남자가 얼마나 될까. 현실엔 없을지 몰라도, 영화엔 있다. 올해(제63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드라이브’다. 주인공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는 여자의 어쩔 줄 모르는 연약한 시선에 그만 빠져든 남자다. 여자와 창가에 나란히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플라토닉 러브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남자다. 이 남자는 결국 두려움 없는 사랑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준다.



요샛말로 하면 ‘순정마초’쯤 될까. ‘천사의 도시’라기보다 ‘암흑의 도시’에 가까운 21세기 로스앤젤레스는 순정마초의 영웅담에 꽤 잘 어울린다. 남편을 감옥에 보내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아이린(캐리 멀리건)이 드라이버의 상대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408호 남자’와 ‘405호 여자’의 관계는 불륜보다 편안한 우정에 가깝다. 남자의 과거는 확실치 않다. 남다른 운전실력으로 낮에는 차량 스턴트, 밤에는 강·절도범들의 운전사를 한다는 것뿐. 드라이버는 출소한 아이린의 남편을 위해 ‘한 껀’을 알선해주지만, 일은 엉망진창으로 꼬인다.



 영화 전체를 부드러운 포장지처럼 감싸는 주제곡 ‘어 리얼 히어로(A Real Hero)’에서 느껴지듯 ‘드라이브’의 주된 정서는 비현실성이다. 드라이버의 운전 실력은 신기(神技)에 가깝다. 킬러의 목뼈를 자근자근 밟아 죽이는 엘리베이터 장면 등에서 보여주는 그의 주먹과 칼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어둡고 음울한 1970년대 누아르 영화 같은 끈적한 분위기, 꿈꾸는 듯한 일렉트로닉 풍의 음악이 덧입혀진다. 이야기는 성기고, 폭력 수위는 상당히 높다.



 반면 이 영화의 약점을 뒤집으면 고스란히 강점이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듯한 자동차 추격 장면 등 액션 누아르의 쾌감은 물론이요, 소녀 취향 팍팍 자극하는 스토리는 넋 놓고 빠져들기 딱이다. 특히 웃는 것도 아니고 안 웃는 것도 아닌 것 같은 인상적인 미소의 주연 배우 라이언 고슬링은 여성 관객에겐 ‘저격수’급이다. ‘발할라 라이징’ ‘푸셔’의 덴마크 출신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이 연출했다. 17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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