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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도 젊을 때” … 1급 장애 딛고 창업‘나도 사장님’

중앙일보 2011.11.15 00:15 종합 31면 지면보기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그는 고교 때부터 언어치료사를 꿈꿨다. 언어장애가 있는 이들이 정상에 가까워지도록 돕는 일이다. 대학원까지 마치고 일자리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휄체어 탄 모습을 본 면접관들은 번번이 그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장애인 맞춤 인큐베이터 1호 창업 27세 문은숙씨

 어렵사리 직장을 구했으나 걱정이 앞섰다. ‘언젠가는 일터를 옮겨야 할 터. 그 땐 또 어쩌나.’ 도전하고픈 생각이 불끈 치솟았다고 했다. ‘그래, 내가 치료시설을 차려보자. 망해도 젊어서 망해봐야 다시 일어설 힘이 있을 것 아닌가.’



 지난달 29일 인천 부평동에 언어·놀이·미술치료기관 ‘아이누리 아동발달센터’를 연 문은숙(27·여·사진)씨. 그는 6세 때 사고로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진로를 잡은 것은 고교 시절 적성검사 결과를 받아든 뒤였다. “언어와 가르치는 쪽에 적성이 있다고 나오더군요. 조금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도 싶었고요. 그래서 언어치료를 전공으로 택했습니다.”



 2009년 대학원을 마친 뒤 우여곡절 끝에 병원과 복지관 등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며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개인사업을 했던 부친도 ‘적극 지지’였다.



 자신이 모은 돈에, 보습학원 교사인 언니가 힘을 보태기로 했다. 창업에 필요한 정보를 찾으면서 장애인이 창업을 할 때 중소기업청 산하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가 점포·사무실을 최대 5년까지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장애인 맞춤 창업인큐베이터 사업’이다. 문씨는 이 사업 지원을 받은 1호 창업자가 됐다.



 문을 연 지 2주가 채 안 된 사이에 18명의 치료 고객이 생겼다. 문씨 자신 말고도 전문 치료교사 4명을 두게 됐다. 꿈은 “시설 좋은 곳, 능력 있는 곳, 친절한 곳으로 인정받아 2, 3호점을 더 내는 것”이라고 했다.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직장만 찾는 세태 속에서 자신의 사업체를 차린 문씨. 그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이런 조언을 던졌다.



 “할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하세요.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찾으세요. 우리 세상엔 그렇게 ‘스스로 하려는’ 장애인을 돕는 제도가 틀림없이 있습니다.”



글=권혁주,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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