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서 중학생 제자 주먹에 당한 52세 교감의 한탄
“교사에게 ××놈, ××년 예사 … 체벌 사라지며 대책 없어 부모와 의논하는 것도 한계”
김 교감은 8일 기자와 만나 착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제자에게 폭행을 당한 것도 그렇지만 교권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교감인 제가 이 정도면 여교사나 다른 선생님은 어떻겠습니까.”
대구시교육청의 장학사를 거쳐 교감으로 부임한 그는 지난 5∼6월에 권군 등 문제 학생 12명을 모아 특별교육을 했다. 매일 오후 5시부터 밤 9시까지 공부를 가르쳤다. 하지만 학업에 흥미를 잃은 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폭행 습관이 있던 권군을 지도하기 위해 그의 부모와 수차례 만나 의논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김 교감은 폭행을 당한 뒤 교육청에 보고하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사과를 하는 권군의 부모에게 “먼 훗날 ‘그때 선생님에게 큰 죄를 지었다’고 반성한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권군이 정신을 차리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이 알려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교육 현장에서 교권이 침해되는 일이 더는 없어야겠다고 생각해서다. 김 교감은 “학생의 95%는 여전히 스승을 따르고 있지만 나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여교사에게 ‘××년’, 남자 교사에겐 ‘××놈’이란 표현을 예사로 쓰는 아이들이 있다고도 했다.
“지난 10년 사이 교권이 땅바닥에 떨어졌어요. 학생의 인권만 중시되고 체벌이 금지되면서 교사의 권위도 사라졌어요. 학생들은 체벌을 가하는 교사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수사기관에 고소도 하지만 제자를 지도해야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김 교감은 “학교도 더 노력해야겠지만 부모님들도 자녀들에게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권군에 대해 징계 중 최고인 출석정지 10일을 의결했다. 중학교는 의무교육과정이어서 퇴학처분을 할 수 없다. 사건 발생 후 대구시교육청과 학교 측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대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했지만 학교 측은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시 교육청도 대응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등 사건 처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대구시교육청의 김기식 과장은 “피해 교감 선생님이 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아 제때 사건을 파악할 수 없었다”며 “폭력행위 때 교원이 대응하는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