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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속셈은 밟고 가라는 것” … 한나라, 강행 처리 ‘신중 모드’

중앙일보 2011.11.04 00:38 종합 6면 지면보기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3일 회의실 앞을 가로막은 무소속 조승수 의원과 회의실 공개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최승식 기자]


국회 본회의는 3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한때 국회 본청에 출입제한 조치가 내려져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으나 한나라당 지도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비준안을 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FTA 비준 반대가 결국 야권통합을 위한 정략이란 점을 부각시켜 야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확산한다는 게 목표다.

FTA 비준안 처리 본회의 무산



 홍준표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일보 3일자 1면 보도를 인용하며 “민주당이 민노당의 2중대가 됐다. 민노당의 인질이 돼서 한·미 FTA를 방해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2004년 탄핵 때와 같은 상황을 연출하겠다는 민주당의 저의는 올바르지 못하다. 지금이라도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대로 비준안 처리에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요즘 매국(賣國)이란 용어가 난무하던데 야권 합당이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도외시하는 것이야말로 매국이 아니면 뭐냐”고 했다.



 본회의 무산 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선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고 한다. 윤상현 의원은 “민주당은 내년 총선 때문에 절대로 야권 연대를 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도부가 민주당과의 합의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책임 처리’를 해야 한다. 처리가 늦어질수록 의원들 부담만 커진다”고 말했다. 유기준 의원은 “자꾸 머뭇거리면 당의 지지기반인 보수층마저 이탈한다. 지금 집권당이 할 일을 안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민주당에 대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속셈이 “우리를 밟고 가라”는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비준안 강행 처리 문제는 신중하게 다루고 있다. 한 핵심당직자는 “국민 여론은 까다롭다. 처리 안 하면 나약하다고 욕먹고, 강행 처리하면 밀어붙였다고 욕먹는다”며 “일단 시간여유를 갖고 처리의 명분을 축적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눈치도 봐야 한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적어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서는 통과시켜야 비준안의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박 의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입장은 다르다. 민주·민노당이 외통위 회의실을 점거한 상황인 만큼 박 의장이 비준안을 본회의로 바로 상정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본회의 일정은 10일과 24일로 잡혀 있다. 한나라당은 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10일 본회의 때 비준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여의치 않으면 24일이나 12월 초로 늦출지도 모른다.



 민주·민노당 의원들은 이날도 외통위 회의장 점거를 이어갔다.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회의장을 차지한 민노당 이정희 대표에게 “외국 손님이 오니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해 방한 중인 에스토니아 외교위원장 일행을 농식품위 소회의실에서 접견해야 했다. 한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야5당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이 한·미 FTA 비준안을 강행 통과시키려 한다면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야5당 및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비준안 저지 범국민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글=김정하·강기헌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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