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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격 ‘상향 평준화’ 시대 … 내집 마련의 꿈 더 멀어졌다

중앙일보 2011.11.04 00:31 경제 4면 지면보기
상위 20%의 집값을 하위 20%의 집값으로 나눈 ‘주택 가격 5분위 배율’이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른바 소득 ‘양극화 시대’에 집값은 되레 ‘빈부차’가 줄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속내는 좀 다르다. 저가 주택값이 오르는 바람에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줄어든 집값 빈부격차, 씁쓸한 현실

 3일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가격 5분위 배율’은 6.2를 기록했다. 처음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8년 12월(8.4) 이후 최저다. 숫자가 클수록 고가-저가 주택 간 가격차가 크다는 것을 뜻하며, 숫자가 작을수록 집값 빈부차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율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거셌던 2009년 10월(8.45) 이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양해근 부동산 팀장은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가 주택이 투자 매력을 잃은 반면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소형 주택에 수요가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고가 주택은 매입 부담이 커지며 인기가 하락했다. 하지만 소형 주택의 공급부족과 1인가구의 증가, 여기에 전세난에 쫓겨 주택 매입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저가 주택은 가격이 올랐다.



 실제 가격 상위 20% 이상 주택의 평균가격은 2008년 12월 5억6356만원에서 지난달 5억6287만원으로 떨어졌지만, 하위 20% 이하 주택의 평균가격은 같은 기간 6708만원에서 9114만원으로 35.9% 올랐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 나찬휘 팀장은 “집값 빈부차가 줄어든 것은 고가 주택의 하락보다 저가 주택의 상승에 더 크게 기인했다”며 “집값 격차가 줄어든 것은 바람직하지만 뜯어보면 저소득층의 내집 마련이 더욱 힘들어졌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집 없는 서민들의 집값 걱정이 가중되면서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해 소형 주택 공급을 늘리자니 침체를 겪고 있는 부동산 경기가 걸린다. ‘주택 공급 증가→집값 하락→부동산 시장 재침체’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택 5분위 배율이 다시 오르면서 서민들의 박탈감이 커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도 쉽지 않다. 소형 주택 가격 상승에 이은 전세 가격 상승으로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0.0%로 2004년 7월(60.1%) 이후 7년여 만에 60%대에 올라섰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는 “서민들이 원하는 소형 주택은 부족하고, 반대로 중대형 아파트는 공급과다로 미분양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평형 ‘미스매치’가 시장의 흐름을 헝클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설픈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간 비싼 주택만 오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집값 양극화가 되레 심해질 수 있다”며 “양극화가 화두가 된 요즘 상황에선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연소득 격차로 인한 양극화보다 집값 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소득 5분위 배율은 4.82(2010년 기준)로 주택 가격 5분위 배율보다 낮다. 1년 단위 기준인 소득 격차보다 장기간 형성한 재산인 주택의 빈부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오정근 교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구당 형성하는 재산의 격차가 커진다는 의미”라며 “하지만 나이가 들고 가족이 늘수록 좋은 집에서 사는 우리의 라이프 패턴을 감안하면, 주택 가격의 빈부차가 심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손해용 기자



◆주택 가격 5분위 배율=전국 주택을 가격 순으로 5등분한 뒤 상위 20%의 집값을 하위 20%의 집값으로 나눈 값. 수치가 클수록 집값 빈부차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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