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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자다’… 아니 ‘나는 직원이다’

중앙일보 2011.11.04 00:29 경제 6면 지면보기
신디 브링클리 GM글로벌 인사 부사장(왼쪽)이 여고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국GM이 3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 ‘여성 콘퍼런스’에 국내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여성 리더와 여고생 20여 명이 만났다.


“영어를 하는 게 무서워요.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데 이런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브링클리 GM 인사담당 부사장
쉐보레 ‘여성 콘퍼런스’ 참석



  김수현(16·명덕여고 1학년)양의 질문이 끝나자 호텔 연회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더듬거렸지만, 끝까지 영어로 질문을 한 후배의 사기를 돋워주기 위한 여성 리더들의 박수였다. 질문을 받은 신디 브링클리(59) GM글로벌 인사담당 부사장은 “충고해줄 게 없다. 자신 없지만 일어서서 질문했듯 지금처럼 계속하면 된다”며 수현양을 격려했다.



 3일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 출범 100주년을 맞아 인천 쉐라톤 호텔에서 연 ‘여성 콘퍼런스’의 모습이다. 국내에서 처음 열린 이번 회의는 GM·한국GM·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외 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리더 130여 명과 여고생의 만남의 장이 됐다. 한국GM이 글로벌 여성 리더를 키우자는 취지에서 이화·세화·명덕여고 등 여자고등학교 5곳의 재학생 20여 명을 초청한 것이다.



  테이블마다 섞여 앉은 교복 차림의 후배와 선배들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송혜경(37) 스타벅스 홍보사회공헌 매니저는 “여성이 직장인으로 조직 내에서 자리 잡으려면 전문성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송주원(39) 3M마케팅팀 차장은 “어려운 점이 있을 땐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선배를 찾아가 자문하라. 다양성을 좀 더 존중하는 시대가 되면 여성이 더 유리해진다”고 덧붙였다. 선배들의 현장감 있는 조언에 아직 앳된 후배들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이날 회의에서 누구보다 여고생 꿈나무들의 질문세례를 집중적으로 받은 이가 있었다. 회의 참석차 방한한 브링클리 부사장이다. 전 세계 GM 임직원 20만9000명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브링클리 부사장은 올해 GM에 입사하기 전 미국의 AT&T 통신사에서 수석 부사장을 지냈다. 다음은 여고생들과 브링클리 부사장의 일문일답.



  -세계적인 여성 리더가 되려면 고등학생 때 무엇을 해야 하나.



  “그 목표를 그대로 유지해라. 자신의 강점이 뭔지 생각해 롤 모델을 찾아라.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실패다. 나중에 늙어서 시도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후회하며 살아선 안 된다.”



  -남자 직원과 문제가 생길 때 해결 방법은.



  “‘나는 여자다’는 생각보다 ‘나는 직원이다’라고 먼저 생각해라. 내가 동료와 다른 점보다 어떤 공통점이 있는지 생각해라. 공통목표를 인식하고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해 서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여성 리더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에 리더가 됐을 때 책임감이 커 주저했다. 리더인 나 말고 밑의 직원들이 원하는 것부터 생각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충실히 해줬다. 팀은 오케스트라다. 개개인의 강점을 잘 파악해 이를 팀의 강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여성은 협력하는 성향이 강해 지속적인 관계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브링클리 부사장은 이번 행사에 여고생을 초청한 것을 놓고 “이는 대의도, 선의도 아닌 GM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부족한 여성 인재 풀을 넓히기 위해 젊은 세대부터 공략해 향후 GM의 인재로 키워나가겠다는 취지다. 한국GM도 올해 승진한 1300여 명의 사무직 직원 중 19% 이상이 여성이다. 마이크 아카몬(53) 한국GM 사장은 “점점 구매력이 커지는 여성을 겨냥해 내년에 여성 소비자들이 호감을 가질 만한 제품을 하나 출시하고 기존 쉐보레 스파크도 여성 입맛에 맞게끔 내부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해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인천=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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