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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0년 후 먹거리는 ‘융합’

중앙일보 2011.11.04 00:20 종합 37면 지면보기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 세계적인 열풍이다. 생존 시 이미 시대적 코드였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 없는 현상이지만 스마트폰·아이패드 등 잡스의 대표작들은 기존 기술을 융합해 새 가치를 창조한다는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아이콘이다. 그렇다. 이제는 산업융합이 대세다. 시장 니즈가 융·복합화되면서 기업은 이를 거스르기 어렵게 되었다. 산업 간 구분이 사라지고 기술-제품-서비스 간의 파괴적인 결합으로 새로운 그 무엇이 만들어지는 현상이 점차 보편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융합을 잘할 수 있는 DNA를 갖고 있다. 온갖 채소를 섞은 비빔밥, 다양한 재료가 발효를 거쳐 새 맛을 내는 김치는 웰빙 식단으로 세계적 찬사를 받지 않는가. 융합은 기술, 제품,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창조적 시너지를 재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융합은 다양한 신기술이나 제품들을 녹여 새로운 가치를 담아 분출하는 큰 용광로다. 따라서 융합의 범위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융합산업은 그 자체가 첨단이지만 기존 제품이나 기술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아주 새로운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스팀청소기, 은나노세탁기, 복합기, 스마트 신발 등은 신기술 적용 없이도 융합상품 개발이 가능한 사례다.



 융합산업은 우리나라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융합은 다음 시대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의 큰 축이다. 융합산업을 10년 대계로 잘 키운다면,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으로까지 지평을 넓히면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무한한 보고가 될 것이다. 또 미래 사회가 직면한 친환경, 건강, 즐거움 등 중요 어젠다를 해결하는 데 유용하다. 지능형 로봇, u-물류, 바이오신약, 에코빌딩, u헬스케어 등은 한층 풍요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다. 특히 라이프사이클에도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인 게 미래형 자동차다. 차간 거리를 제어하고 사각지대를 감지하고 주차를 지원하는 등 첨단 IT기술을 접목해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자동차 활용을 가능케 할 것이다.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는 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중국의 성장이 무섭고, 일본은 산업재편을 가속화하고 미래전략산업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등 달라진 모습이다. 융합산업은 경쟁국의 도전에 대응하고 산업의 질적 도약 기회를 제공하는 ‘토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융합에 대한 이해와 산업 육성을 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우선 산업융합촉진법은 지속발전을 위한 출발선상에 서 있음을 알리는 신호일 뿐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융합시대에 걸맞은 유연한 ‘정책 융합’이라는 새 옷을 입힐 필요가 있다. 진입장벽 제거 및 규제의 유연성 제고는 다양한 융합제품의 등장을 촉진하는 데 일조할 것이므로 제도적 기반의 개선에도 주력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아직 융합이 낯설고 이해도도 부족하다. 민관의 소통을 강화해 시장을 창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정성을 들여야 한다. 융합은 특히 사람이 중요하다. 거침없는 상상력이 융합산업을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적 융합인재 배출을 위한 학제 간 통합, 작업장의 융합적 사고접목 등을 통해 교육과 현장 모두에서 칸막이를 제거하는 인식전환 노력이 필요하다.



 융합제품이 꽃을 피우려면 독창적 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중요하다. 잘해 보자는 공감대 형성과 양질의 토양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합쳐진다면 융합산업은 확실한 차세대 먹거리가 될 것으로 믿는다.



송병준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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