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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양다리 폴리페서

중앙일보 2011.11.04 00:20 종합 37면 지면보기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안철수는 서울대 교수다. 교수의 본분은 강의와 연구다. 특히 공무원 신분인 국립대 교수는 직분에 더 민감하다. 물론 사회활동도 중요하다. 학문적 성취를 바탕으로 사회 현실에 참여하고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안 교수의 행보는 많은 논란을 불렀다. 10·26 서울시장 선거 때 그의 행보는 분명한 정치활동이었다. 그로 인해 2008년 18대 총선 때 이슈가 됐던 폴리페서(polifessor) 문제가 재연(再燃)됐다. 정치(politics)하는 교수(professor), 즉 폴리페서에 대한 논란이다. 지난 총선 때는 100여 명의 교수가 공천 신청을 할 정도로 장(場)이 섰었다.



 교수가 정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현실정치에 참여해 전문지식과 폭넓은 식견을 활용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면 ‘아름다운 외출’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구와 강의에 지장을 받는다면 심각한 문제다. 정치에 신경을 놓으면 본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서울대 오연천 총장이 올 6월 영입했다. “융합기술을 신학문으로 키우겠다”며 정년까지 보장했다. 연구 실적이 풍부한 정통 학자도 아닌데 오 총장으로선 파격적인 예우였다. 안 교수는 선거 직후 개인 사정을 이유로 차세대융합기술원 원장직을 사임했지만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교수직은 유지하고 있다.



 그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았다. 서울대 교수로 신분이 바뀌지 않았어도 지금 같은 인기가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안 교수는 청춘콘서트 등 외부 강연은 많이 하지만 서울대에서는 강의를 맡지 않았다. 교육공무원법상 국립대 정교수의 의무강의시간은 주당 9시간이다. 서울대 측은 그가 원장직을 맡고 있는 점을 배려해 주당 6시간은 면제했다. 학생지도 3학점만 수행한단다. 학생들은 섭섭해 한다. 1962년생인 그는 교수로선 왕성하게 가르쳐야 할 나이다. 서울대 학생들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



 안 교수의 폴리페서 논란을 계기로 교수 출신 국무위원과 정치인들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홈페이지에 ‘노동경제학(labor economics) 교수’라고 소개돼 있었다. 17대 국회의원과 청와대 수석, 교과부 장·차관을 거친 7년 동안 KDI 교수직을 사임하지 않아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8년째 성균관대 행정학과 교수 휴직 상태다. 학교 홈페이지에는 제1 교수회관 510호, 연구 분야 재무행정·정부혁신론이라고 소개돼 있다. 교수 출신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휴직 상태다. 대학도 짝자꿍이다. 학교의 명예를 높인다며 휴직을 용인(容認)한다.



 폴리페서들이 대학과 정치권에 양다리를 걸치면 그 피해는 학생들이 본다. 우선 대학은 정원 규정 때문에 후임 교수를 뽑지 못하고 강사로 땜질한다. 폴리페서들이 유능한 젊은 박사들의 진입을 막는 셈이다. 학기 중 강의하다 입각하거나 출마하기도 한다. 페서(fessor)는 없고 폴리(poli)만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2008년 ‘폴리페서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흐지부지됐다. 이해관계가 얽혀 적극 입법을 않은 탓이다. 오랫동안 연구와 강의에 손을 놓았던 폴리페서들이 아무런 절차를 밟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것은 극단의 이기(利己)다. 논문 한 편 안 쓰다가 박사학위를 무기로 평생 먹고 살려는 심보 아닌가. 미국처럼 일정 기간 교단을 떠나면 재임용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정치를 하려거든 떳떳하게 하고, 그 다음엔 재임용 평가를 받는 것이 옳다. 내년엔 얼마나 많은 폴리페서들이 난무하겠는가. 정치하는 교수들은 더 이상 양다리 걸치기 꼼수를 부리지 말라.



양영유 정책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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