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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구제역 악몽 잊어서야 …

중앙일보 2011.11.04 00:11 경제 12면 지면보기
이환원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상무
차창 너머로 보이는 가을 산은 울긋불긋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얼마 남지 않은 가을을 만끽하라며 손짓하는 듯하다. 가을이야말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호젓한 산행이나 여행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올해 필자가 느끼는 가을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악몽과도 같았던 지난해 11월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돼 올해 봄까지 축산농가들은 자식같이 키워왔던 가축을 차가운 땅속에 묻어야만 하는 뼈아픈 고통을 겪었다.



 국민도 도로 곳곳에서 펼쳐지는 차량 소독으로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다. 돼지의 경우 30% 이상 처분돼 값이 폭등했다. 퇴근길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부담 없이 즐겼던 서민들의 대표 음식 삼겹살은 큰마음 먹지 않으면 맛볼 수 없는 ‘금(金)겹살’로 변했다. 또 구제역 발생을 틈타 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물밀 듯이 수입돼 서민 식탁을 점령했다. 그 탓에 국내 축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국내산 축산물은 당분간 외국산 축산물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구제역은 국가적으로 큰 경제적 손실을 준 대재앙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우리들의 기억 속에 구제역은 벌써 아득한 옛날 얘기로 묻혀버린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정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과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하고 공항과 항만의 검역시스템 정비를 통해 국경 검역을 강화했다. 다른 한편 가축질병 발생 때 신속한 차단방역 및 역학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축질병방역체계를 재정비했다.



 농협도 그동안 민간 자율기구로 운영되던 공동방제단을 내년부터 농협에서 직접 운영하면서 방역의 최일선에서 방역활동을 주도해나갈 계획이다. 날씨가 추워짐에 따라 농협의 현장조직 장점을 이용한 구제역과 AI 비상방역 대책을 철저히 시행 중이다.



 정부와 농협은 축산농가와 방역 담당자의 방역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 10월 25일과 27일 각각 구제역 가상 방역훈련과 고병원성 AI 소독 시연회를 실시했다. 이같이 구제역과 AI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와 농협 등 관계기관에서 철저히 대비하고 있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제도와 지원이 이뤄진다 할지라도 우리 스스로가 방역을 소홀히 한다면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질병은 언제든지 재발할 위험성이 상존해 있다.



 이제 방역은 더 이상 축산농가와 방역 담당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구제역과 고병원성 AI 같은 악성 가축질병이 연중 발생하고 있는 국가와 인적·물적 교류가 빈번하다. 국민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축질병의 병원체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국민도 방역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다.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가축질병 병원체가 활동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철저한 농가 차단방역·소독·예찰 등 질병 청정화에 적극 동참한다면 위생적이고 안전한 축산물로 국민에게 신뢰와 사랑을 받는 축산업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방역은 제2의 국방’이다. 모두가 다시 한번 방역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새기며 철통 방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환원 농협중앙회 축산경제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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