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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카페리 단상...‘축복’은 계속되야 한다

중앙일보 2011.11.03 10:54
필자는 지금 목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스타 카페리'호에 있습니다. 한-중 대학생 170여 명과 함께 한 여행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주관하고 있는 ‘중국 청년 한국 문화 체험’ 활동의 하나 입니다. 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벌써 3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갑판위에 올라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함께 어울려 어깨동무를 하고, 여기저기서 까르르 깔깔 웃음 꽃이 만발합니다. 중국 학생 대부분 첫 해외 여행이고, ‘바다를 처음 봤다’는 닝샤(寧夏)성 출신의 촌뜨기도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일생일대의 결코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그들을 보면서 한-중 관계를 생각합니다.



수교 20년, 중국의 존재는 분명 우리에게 게 축복이었습니다. 수교와 함께 많은 단순 조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지요. 덕택에 우리나라는 큰 충격없이 산업 고도화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세계공장' 중국은 우리나라에 수출시장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의 동력을 그 세계공장에서 찾았지요. 우리의 날카로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축복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달리는 중국 호랑이에 올라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갖춰야 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이제까지는 우리의 자원을 중국으로 가져갔지만, 앞으로는 중국의 것을 우리 안으로 끌어오려는 노력도 필요할 겁니다. 관광분야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중국에서는 지금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에서도 해외 여행 붐이 일고 있습니다. 한 해 수 천만 명의 관광객이 해외 여행에 나섭니다. 이미 많은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지요. 그러나 여행 루트가 너무 단순합니다. 서울-제주가 고작입니다. 이를 다양화해야 합니다.



지금 제가 탄 카페리가 달리고 있는 남해안은 중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섬의 낙원 한려수도가 있고,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스토리가 펼쳐진 통영이 있고,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꿈의 관광지 제주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만 개발한다면 중국 부자들은 기꺼이 이곳으로 와 돈을 쓸 겁니다. 어디 남해안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에는 사시사철 중국인들을 끌어들일 만한 관광자원이 널려 있습니다. ‘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 수 있는 거지요.



단순히 볼 게 많다고 관광 대국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 오면 무엇인가 배울 게 있어야 합니다. 귀국 길에 오른 중국 관광객에게 ‘무엇이 가장 인상깊었느냐?’라고 물어봅니다. 경복궁, 성산일출봉이 아닙니다. 그들은 ‘깨끗한 거리’ ‘교통질서’ 등을 꼽습니다. 중국이 갖고 있지 않는 것들입니다. 담배꽁초 없는 깨끗한 거리, 신호등을 지키는 질서의식, 남에 대한 배려, 공공 시설을 아끼는 시민의식 등이야 말로 최고의 관광상품입니다.



김구 선생은 일찍이 ‘우리에 오직 필요한 것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청소년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한류가 있고, 중국인들이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역동성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이 잃어버린 전통 유교문화가 살아있는가하면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중시하는 서구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여기에 갤럭시, 현대자동차, D램반도체, LNG선박 등 산업 강국의 이미지가 겹쳐진다면 중국인들은 분명 한국을 쉽게 넘볼 수 없을 겁니다.



큰 중국을 이웃으로 두고 있는 나라 한국이 사는 길은 '날카로와야 한다'는 겁니다. 함부로 넘볼 수 없은 예리함을 숨기고 있어야 합니다. 경제가 그렇고, 정치가 그렇고, 문화가 그렇습니다.



카페리는 어느 덧 섬을 빠져나가며 대양을 향해 힘차게 돌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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