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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여자란 왜’] ‘나 잘난’ 여사는 왜 회사를 빨리 그만둘까

중앙일보 2011.11.03 04:00 주말섹션 6면 지면보기
임경선
칼럼니스트
『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여자 나이 마흔 전후에 주위를 둘러보면 ‘회사 다닐 여자들’과 ‘안 다닐’ 여자들로 확연히 갈리는 느낌이다. 전자는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겠다고 하다 회사가 어느덧 ‘웬수’ 같은 남편이 돼 버린 경우고, 후자는 대개 삼십대 중반쯤에 체력 저하와 육아 문제로 명예롭게 항복선언을 한 경우다. 흥미로운 것은 커리어에 별반 생각 없던, 결혼하면 먹고 놀 것만 같았던 여자들이 의외로 여전히 회사 명함을 갖고 다니며, 서른 즈음 그 누구보다도 빨리 승진해 기를 팍 죽였던 화려했던 그녀들은 의외로 마흔 즈음 무대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어느 쪽 인생이 여자로서 살기 낫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버티고 vs 못 버티고’는 기질적인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자존심 강한 유능한 여자는 어느 시점부턴 사내에서 벌어지는 온갖 뒤가 구리고 논리적으로 앞뒤 안 맞는 상황을 참지 못하게 된다. 나보다 훨씬 못난 무능한 상사를 상사로 인정 못하고 입바른 소리를 한다. ‘여기에 있긴 내가 아깝다’ 생각해서 탈출한다. 그런데 그 무식한 곳을 빠져나와도 여전히 또 다른 무식한 집단들을 만나 좌절한다.



 한편 ‘가늘고 길게’ 가는 여자들은 무던 혹은 둔감하다. 애사심 같은 거 의외로 없다. 심지어 반조직적인 아웃사이더 기질마저 있다. 조직에 기대가 없기에 거꾸로 조직이 그녀를 도발시킬 계기도 없다. 쉽게 자극 받는 옆자리의 욱하는 ‘나 잘난’ 동료들이 계속 갈리는 와중에 어느덧 혼자 ‘언터처블’ 장기 근속자가 되어 오랜만에 만날 때마다 승진해 있긴 하다. 그렇다고 그새 그녀의 기량이 크게 진일보한 것은 아니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우고 싶다며 여전히 툴툴댄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느 쪽이 낫다고는 참 말 못하겠다. 걍 회사가 나쁘다고 해두자.



임경선 칼럼니스트·『어떤 날 그녀들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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