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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학생에게 머리채 잡힌 교권 내버려둘 건가

중앙일보 2011.11.03 00:56 종합 38면 지면보기
‘스승 존경 제자 사랑’. 광주광역시 한 중학교 건물 외벽에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표어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 지난달 여학생과 여교사가 머리채를 잡고 다툰 사실이 드러났다. 표어의 의미가 무색하기 짝이 없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 영상을 보는 등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을 훈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라고 한다. 바닥에 떨어진 교권(敎權)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어이없는 패륜(悖倫)이 아닐 수 없다.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을 당하는 교권 붕괴의 참담한 현실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 6월 경기도 파주의 한 고등학교에선 담배를 피우던 학생을 나무라던 교사가 학생에게 맞았다. 지난해 12월 수원시 팔달구 한 고교에서 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하는가 하면 10월엔 전남 순천에서 이번처럼 여학생과 여교사가 머리채를 잡고 몸싸움을 벌였다. 이는 중·고교생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선 남학생이 담임 여교사를 폭행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교실 현장이 이 지경까지 온 데는 진보 성향 교육감 등장 이후 도입된 체벌 전면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추진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 오죽하면 그제 취임 기자회견을 한 이준순 서울교원단체총연합회 신임회장이 “서울에서 학생 체벌이 전면금지된 지 1년이 되면서 학교 현장에서 교과지도와 학생생활지도 등 교육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말부터 꺼냈겠는가.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도 체벌 전면금지 이후 교실붕괴, 교권추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무너진 교권을 이대로 내버려둬선 교육이 바로 설 수 없다. 학생이 교사를 우습게 여기고, 교사가 학생을 무서워하며 지도·훈육을 기피하는 교실에서 교육이 온전하게 이뤄질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교사의 교육권을 훼손하는 학생인권조례나 체벌 전면금지는 재고해야 마땅하다. 학교 질서와 훈육을 위해 필요하다면 엎드려뻗쳐 같은 간접 체벌은 허용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 모두 동등하게 존중받는 방안을 찾는 게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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