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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안 된 우면산 … 푹 파인 흙길에 산책로 썰렁

중앙일보 2011.11.03 00:32 종합 22면 지면보기
우면산 복구 공사가 시작됐지만 수마가 할퀴고 가 생긴 흙길이 여전히 을씨년스럽다. 주민들은 “저러다 또 비가 와서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아트힐 아파트 103동 앞. “윙” 하는 기계음이 요란하게 울렸다. 산사태로 토사에 파묻혔던 103동의 한 집이 내부 공사를 시작하면서 나는 소리였다. 벽이 사라졌기 때문에 인부 3명이 거실과 작은 방에서 쓰레기를 치우고 시멘트를 나르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파트는 처참했다. 외벽 타일이 떨어지고 금이 가면서 철골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나마 지금은 좀 나아진 겁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엘리베이터도 작동을 안 했어요. 20층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는데 ‘이게 사람 사는 곳인가’ 싶더군요.” 주민 이모(25)씨의 말이다.


산사태 100일 … 현장에선

 대규모 산사태가 났던 우면산에서도 복구공사가 시작됐지만 산에 난 생채기는 여전했다. 산사태로 끊어진 산책로 등도 그대로다. 서울시와 서초구는 지난 7월 말부터 산사태가 발생한 4곳에 사방지(홍수나 산사태의 예방과 복구를 위한 공사 공간)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산사태 현장은 대형 가림막이 드리워져 있었다. 4m 높이의 펜스에는 “안전하고 건강한 우면산으로 조속히 복구하겠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배수구를 만들고 산을 복원하는 비용으로 모두 339억원이 들어간다. 현재 공정률은 27%다. 공사를 시작했지만 산에 단풍이 들면서 산 꼭대기에서부터 난 흙길이 을씨년스럽다.



주민들은 “저러다 또 비가 와서 무너지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보수공사가 끝나는 대로 나무를 새로 심겠다는 입장이다. 인근의 한 상가 주인은 “전에는 밤에도 저녁 산책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해만 지면 다들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4일로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한 지 100일을 맞는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은 여전히 산사태와 싸우고 있었다. 래미안아파트 내 중앙광장은 여전히 보도블록이 뜯어져 나간 채 방치돼 있었다. 가로등도 아직 고치지 못해 임시로 조명시설을 해놓았다. 아파트 전체가 제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보험계약 내용에 대한 주민들과 보험사 간의 견해차 때문이다. 주민들이 주차장 지붕과 중앙광장, 조경 등을 복구하는 비용으로 책정한 금액은 70억원 정도다. 하지만 보험사는 “아파트 건물만 보험 대상”이라며 일부만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보험을 든 래미안아트힐 아파트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원마을에 사는 김모(54)씨는 “살림살이를 다 잃었는데 보상금으로 나온 돈은 고작 100만원밖에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것마저도 돌려 달라는 요청을 받은 곳도 있다. 방바닥이 반 이상 침수된 집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전원마을의 다른 주민은 “우리 집은 산사태로 담장이 무너지고 창문도 다 깨졌는데 보상금 100만원을 이제 와서 돌려달라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방배2동에서만 21가구가 보상금 환수 대상이 됐는데 현재 7가구만 보상금을 돌려줬다.



 이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지자체의 관리책임을 물어 소송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서초구 공무원과 토목공학자 등으로 구성된 우면산 산사태 합동조사단은 지난 9월 산사태의 원인을 “비로 인한 천재(天災)”라고 밝혔다. 김홍영 래미안아트힐 아파트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도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지변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며 “산사태는 명백한 인재인 만큼 국회와 서울시에 재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산지대책반 정중곤 과장은 “재조사 계획은 없다”며 “우면산은 내년 5월까지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글=최모란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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