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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두부·레미콘 … “중소기업 적합업종 맞나” 논란

중앙일보 2011.11.03 00:31 경제 4면 지면보기
지난달 22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작심한 듯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표시했다. 조찬 세미나 자리였다. 그는 “대통령께서 8·15경축사 등 가끔 있는 기회에 공생발전이나 동반성장을 말하는데, 의지를 밖으로 더 표출해 주셨으면 한다”며 “대통령의 동반성장에 대한 관심이 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이 난항을 겪자 대통령에게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음 날 동반위는 10월 말로 예정했던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발표를 이달 4일로 연기했다.


동반성장위, 내일 발표 앞두고 진통

 동반성장위원회의 2차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작업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고 있다. 2일 동반위와 업계에 따르면 동반위는 ▶김치·김 등 식품 부문 4개 ▶데스크톱PC·내비게이션 등 생활가전 5개 ▶가공유리 등 원자재 5개 ▶알루미늄 주물 등 부품소재 13개 ▶레미콘 등 건설부문 1개 ▶남자 및 소년용 정장 등 의류부문 1개 등 6개 부문 29개 품목을 대상으로 중기 적합업종 선정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기업 간 입장차이가 워낙 큰 탓에 발표가 코앞인데도 몇몇 업종은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동반위는 지난 9월 말 된장·막걸리·세탁비누 등 16개 품목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발표하고 대기업의 시장 진출 자제를 요구했다.



 가장 이견이 큰 품목 중 하나는 두부다. 중소기업들은 두부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풀무원의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풀무원은 “두부는 회사의 모태사업으로 회사 식품부문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레미콘도 갈수록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대형 레미콘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회는 4일 동반위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레미콘이 적합업종에 선정되지 않게 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중소업체들로 구성된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 측은 “시장 점유율이나 공장가동률 모두 중소업체보다 나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내비게이션·발광다이오드(LED)·데스크톱PC 등도 갈등의 골이 깊다. 중소기업은 생존권 보장을, 대기업은 시장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권한이 없는 실무자를 보내는가 하면 중재안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게 큰 문제”라며 “일부 중소기업은 막무가내로 적합업종에 포함시켜 달라고 해 선정작업이 지연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 있는 중견기업이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선정 작업이 헝클어지기도 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중기 적합업종 제도는 중견기업의 사업 규모를 축소시켜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게 하는 제도이자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게 만드는 억제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샘표식품을 그 예로 들었다. 간장 등 장류사업으로 시작한 샘표식품은 올해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 9월 간장·고추장 등이 적합업종으로 선정돼 사업축소 권고를 받았다. 당장 해당 사업부문을 줄여야 할 처지다. 대기업 기준 적용 법률이 공정거래법(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중소기업기본법으로 바뀌면서 중견기업인 샘표식품이 대기업으로 간주된 것이다.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법제화 작업도 논란거리다. 민주당·민노당 등 야권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동반성장 관련 정책을 강제 규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현재 국회에는 노영민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 등이 상정돼 있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분야에 대기업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반발했다. 두 단체는 성명을 통해 “동반성장위를 중심으로 하는 자율적 민간합의 방식의 동반성장 정책을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않았다”며 “노무현 정부 시절 폐해가 많아 폐지된 제도인 고유업종제도를 부활시켜 법제화·강제 규정화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기업 간 자율적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해 동반위가 4일 발표 때에는 1차 발표 때와는 달리 직권으로 조정권고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손해용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 2차 선정, 기업 규모별 뚜렷한 입장차



대기업




“ 대기업 진출이 원천 차단되면 외국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싹쓸이할 것이다.”



- 외국 기업에는 적용 안 해 역차별, 외국 기업의 국내 시장 잠식 우려



중견기업



“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간 규모인 중견기업의 사업 규모를 축소시켜 중견기업을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 중견기업까지 적합업종 규제하는 것은 과도



중소기업



“ 경영 여건이 중소업체보다 압도적으로 나은 상황에서 대기업은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 적합업종 제도 실효성 높이기 위해 법제화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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