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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이 닫힌 마음 열어줘 … 이번엔 서브스리 해볼래요”

중앙일보 2011.11.03 00:30 종합 24면 지면보기
지난해 중앙마라톤에 참가한 최준구(오른쪽)씨가 가이드러너 진정화씨와 함께 힘차게 달리고 있다. 올해는 송봉규씨와 함께 달린다. [중앙포토]
마라톤 앞에서는 ‘정상’과 ‘장애’라는 구분이 없다.


중앙마라톤 7년째 뛰는 자폐증 러너 최준구씨

 6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중앙서울마라톤에 출전하는 최준구(26)씨는 자폐증(발달장애 2급)을 앓고 있다. 두 살 때 유아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장애인이라는 굴레에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최씨가 세상을 향해 나설 수 있었던 건 마라톤을 만난 2003년부터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최씨는 서울 개포동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마라톤 매니어’인 조병임 교사를 만나 정식으로 달리기 훈련을 시작했고, 그해 가을 첫 풀코스 도전에서 4시간3분21초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했다.



 달리는 재미를 느낀 최씨는 마라톤에 푹 빠졌다. 반신반의하던 가족도 최씨의 달리기 재능에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최씨는 지역 마라톤 동호회와 연합회 등의 도움으로 매일 땀을 흘렸다. 각종 대회에 나서며 기록을 단축하던 최씨는 2005년 처음 중앙서울마라톤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중앙서울마라톤은 최씨의 연례행사가 됐다. 최씨의 아버지 최현철(60·자영업)씨는 “중앙서울마라톤 코스가 달리기 좋은 모양이다.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뒤 표정이 한층 밝다. 아들의 밝은 얼굴에 가족도 함께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씨는 서브 스리(Sub Three·마라톤에서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까지 노리고 있다. 지난해 기록은 3시간18분19초. 서브 스리 목표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최씨는 지난 1년간 흘린 땀을 믿고 있다. 현재 강남구청 수서역 밀알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최씨는 퇴근 뒤 매일 두 시간여를 달리는 데 집중했다. 하남 덕풍천 둔치와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헐레벌떡 마라톤클럽’ 동호인들과 함께 훈련했 다. 올해 처음 가이드 러너(장애인을 인도하는 동행 주자)로 함께하는 송봉규씨가 2시간45분대 기록을 가지고 있어 페이스 조절만 잘하면 서브 스리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마라톤은 최씨의 삶에 큰 변화를 줬다. 세상과 함께할 수 있는 힘을 최씨와 가족에게 안겼다. 최현철씨는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에게도 마라톤을 권하고 싶다. 아들이 달리기를 하고부터 차분해지고 집중력이 좋아졌다. 생활하는 모습도 한층 밝아졌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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