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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 “남들이 SW 말할 때 난 하드웨어에 베팅”

중앙일보 2011.11.03 00:16 경제 8면 지면보기
모두가 “노(No)”라고 말할 때 홀로 “예스(Yes)”라고 외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8월 주식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가 그랬다. 대다수 전문가는 “지금은 주식투자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많은 자산운용사가 주식 비중을 낮췄다.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본부장 ‘역발상 투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과 지난 1일을 비교해 주식 비중을 늘린 운용사는 6개(12.5%)에 불과했다. 반면에 주식을 줄인 운용사는 42개(87.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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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 김영일(48)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금은 주식 비중을 늘릴 때”라며 “경쟁력 강한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현재 ‘옳았던 것’으로 판명된다. 주식 비중을 93.62%에서 95.14%로 늘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지난 10월 월간 평균 수익률은 10.75%(주식형 펀드 70개)로 나타났다. 운용사 중 가장 뛰어난 성적이다.



 김 본부장의 ‘나홀로 예스’는 또 있다. 지난 8월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약한 삼성전자가 애플·구글 등과 맞붙어 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을 때다. 한때 101만원(1월 28일)에 달했던 주가는 69만1000원(8월 22일)까지 떨어졌다.



많은 사람이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하드웨어에만 집착하고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렇지만 김 본부장은 달랐다. 그는 “경기가 안 좋은 탓이지 하드웨어 강점은 다른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역시 적중했다. 삼성전자는 2일 97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시가 가라앉기 전인 지난 8월 1일(87만원)보다 오히려 10만원 넘게 올랐다.



 김 본부장은 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특별한 해결책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라며 “단기적인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기업 경쟁력이라는 더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해 포트폴리오를 가져간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문제가 무질서한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오히려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역발상의 펀드매니저’다운 기질을 발휘한 것이다. 그는 “사실 100% 판단이 맞을 수는 없고 예측의 70%만 맞아도 성공적”이라며 “시장 흐름에 쏠리는 투자가 아니라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관련해선 “혁신은 자기파괴인데 애플이라고 계속 혁신적인 걸 내놓기가 쉽겠느냐”며 “하드웨어 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를 따라잡으면서 결국 빛을 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애널리스트가 다시 하드웨어가 중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며 “다른 기업의 하드웨어 경쟁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현재보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럽 문제에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정으로 단기적 혼란은 커졌다”며 “하지만 (위기가 전파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방화벽을 만든 단계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이 앞당겨 시행될 수 있다. (국민투표가) 시장의 큰 흐름을 바꿔놓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경착륙) 가능성도 작다고 봤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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