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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의 세상읽기] 북한 비핵화 협상 이렇게 해야 한다

중앙일보 2011.11.03 00:10 종합 37면 지면보기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한·미 정상은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외교 노력을 재개하는 문제를 깊이 논의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할 일은 제네바 북·미 회담이 열렸다는 사실보다도 글린 데이비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클리퍼드 하트 미 6자회담 특사를 새로 임명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미국의 뛰어난 직업 외교관들이다. 두 사람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두 사람이 미 국무부 내에서는 물론, 아시아 각국 외교관들로부터도 능력을 십분 인정받고 있음을 보증할 수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선임자들과는 다른 대북협상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대가로 정치적·경제적 보상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2005년의 6자회담 합의가 앞으로 있을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이 될 것임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는 평화적인 비핵화와 함께 다음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러스트=강일구]


 우선 핵안전 문제다. 안전하지 않은 핵시설을 그냥 해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녹아버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비록 낡았어도 국제적 기준으로 볼 때 안전성이 높은 곳이었다. 북한 영변 핵단지의 시설은 안전과는 거리가 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0년 전쯤 북한 핵시설들의 안전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지금까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는 전혀 취하지 못했다. 영변 핵단지의 낡은 플루토늄 시설은 물론 북한이 지난해 전격 공개한 최신 우라늄 농축시설은 국제적인 원자력 시설 안전기준과는 거리가 먼 방식으로 지어졌다. 2007년 영변을 방문했던 미 정부 인사는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미국에서라면 당장 폐쇄돼야 하는 수준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노틸러스 연구소 전문가들은 원자로 노심(爐心) 근처, 또는 원자로 내부 2차용기에 ‘사용후 핵연료봉’을 보관하는 것은 극도로 위험하며 노심 용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의 불안정한 전력 사정 역시 핵발전의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핵안전 문제를 다루는 것은 모든 관련국들의 이익과 관련된 것이다. 북한의 원자로와 핵시설들은 해체되기 전에 먼저 안전해져야 한다. 북한 핵과학자들에 대해 핵안전 관리 교육을 마지막으로 실시한 것이 2002년 7월이었다. 인재이든 자연재해든 어떤 재앙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을 파괴한 것보다 훨씬 약한 지진도 북한 핵시설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영변에서 노심 용해가 일어난다면 비록 후쿠시마 원전사고보다는 규모가 작더라도 중국이나 한국으로부터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다.



 두 번째로 북한의 ‘핵억지력’ 주장에 대해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초점은 북한이 빈약한 군사력으로 맞서려는 상대는 세계 양대 강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거리 미사일 능력이나 핵탄두 소형화가 완성되지 않고는 소위 ‘핵억지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는 점을 일깨워줌으로써 북한의 안보 능력이 전혀 강화되지 못한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을 겪으면서 남한이 보복하지 못할 것으로 북한이 믿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그런 오판은 남북한 충돌을 급속하게 확산시킬 위험성과 맞물린다. 따라서 핵협상 과정에서 과거 소련을 상대로 미국이 했던 것처럼 북한에 ‘핵억지력’의 진정한 의미를 납득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북한의 에너지 공급 문제다. 지난 두 차례의 핵합의에서 북한은 경수로 지원을 요구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경수로 2기를 지어주기로 했고 2005년 합의는 당시의 합의 정신을 존중키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북한에서 원전이 존재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원전은 북한에 가능한 에너지 공급 수단이 아니다. 원전 안전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북한 전력이 안정되기까지는 최소한 20년은 걸릴 것이다. 따라서 북한에 전력을 공급할 대체 수단을 찾아야 한다. 내가 6자회담에 참여할 당시엔 한국이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북한을 통과하는 러시아 가스파이프 건설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원전을 북한에 지어주는 것은 배제돼야 한다.



 이 세 가지 사안 중 첫 번째, 두 번째 사안은 자칫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의 반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사안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더 적극적으로 관여토록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동시에 미국의 목표가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임을 한·일 양국이 충분히 믿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핵안전성과 ‘핵억지력’을 논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성과 없는 협상에 한없이 매몰되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빅터 차 미 조지타운대 교수



◆필자는 미 조지타운대 교수이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위원이다. 2004~2007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과 6자회담 미 차석대표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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