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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청춘은 맨발이다 (136) 정치인의 명암

중앙일보 2011.11.03 00:08 종합 31면 지면보기
신성일이 2005년 2월 23일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광고물 사업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대구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25일 대구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나는 대구를 위해 발벗고 뛰었다. 1995년부터 연임한 문희갑 대구시장은 나와 경북고 동기였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문 시장의 핵심사업은 99년 시작한 ‘밀라노 프로젝트’와 2003년 8월 10일 개막한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이하 U대회)였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대구를 세계적 섬유·디자인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U대회는 부산아시안게임(2001)과 한·일월드컵(2002)에 자극을 받아 유치한 국제행사였다.


대구 U대회 덕에 훈장 달고 ‘별’도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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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국제행사가 출범할 때 시(市)가 주도권을 갖는 국제대회 체육진흥법이 마련된다. 엄청난 광고사업권이 따라붙는다. 대구시가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자가 기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U대회를 앞두고 대구시로선 당장에 300억원 확보가 가능했다.



  문 시장은 U대회 유치·진행을 위해 체육진흥법이 발효되도록 나를 재촉했다. 그런데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2002년 10월 문 시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공천을 받지 못해 3선에 실패했다. U대회는 전적으로 문 시장의 작품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문 시장은 3선을 위해 연임 말기에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문 시장이 낙마하면서 U대회는 큰 상처를 입었다.



  급조된 조해녕 신임 시장 체제는 U대회를 앞둔 2003년 2월 19일, 대구지하철 방화사건을 겪었다. 200여 명의 사상자가 났다. 사망자·실종자 유족, 부상자 가족 대표들의 시위로 인해 시정이 마비됐다. 전국 성금과 대구시 보상금으로 가족들에게 1인당 1억~6억원이 돌아가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우여곡절 끝에 U대회를 마무리했다. 그 해 평창이 겨울올림픽 유치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평창이 기회를 잃으면서 대구시는 U대회 체육진흥법 연장법안을 추진하도록 날 독려했다. 4년 연장하면 약 1000억원의 기금이 들어온다. 나는 문광위원회 상임위원으로 U대회 연장법안을 상정했다. 열린우리당 간사가 연장법안에 반대했다. 열린우리당 소위원회 간사를 찾아가 “대구 좀 살려줘”라고 익살스럽게 이야기했다. 나는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상대당 의원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주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강 의원 좀 도와주라고”라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열린우리당 간사 쪽에서 조정안이 들어왔다. 4년 기한을 2년 기한으로 조정했다. 여·야로 구성된 문광위 법안 소위원회와 문광위, 그리고 법사위를 통과했다. 그 결과 기금 506억원이 떨어졌다. 기존 300억원을 합쳐 806억원을 따낸 것이다. 2004년 8월 9일 그 공로로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다. 그 해 의원 임기가 끝났다.



  2005년 2월 19일 대구지검에서 “21일 출두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당시 옥외광고업자인 전홍의 박정하 회장이 부산아시안게임과 한·일월드컵, U대회의 광고사업권을 위해 로비자금 60억원을 조성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나는 박 회장에게 1억78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고 영수증을 써주었다. 검찰은 이를 대가성으로 보았다. 21·23일 조사를 받고, 25일 대구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다. 난 이의를 달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법을 어기면 누구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리=장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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