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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65세 경비원 “4580원, 일자리 뺏는 폭탄”

중앙일보 2011.11.03 00:01 종합 2면 지면보기
장정훈
사회부문 기자
“4580원은 경비원 일자리만 빼앗는 탁상행정이다.” “최저임금을 보장해 임금 착취를 막는 게 옳다.”



 내년부터 전국 40만 명의 경비(감시)원에게 시간당 최저임금 4580원을 100% 적용하면 7만여 명이 쫓겨날 우려가 있다는 본지 기사를 접한 시민들은 2일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모든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자는 최저임금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론과 일자리가 없어지면 그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현실론이 맞섰다.



 모두 맞는 얘기다. 인터넷 논쟁을 보면서 취재 현장에서 만난 경비원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어떤 입장이든 경비원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목동 14단지 아파트 경비원 윤진호(65)씨는 “경비 일을 늙은이의 소일거리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절박한 생계 수단”이라고 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보장받아 생활이 나아지는 걸 누가 마다하겠는가. 그런데 CCTV(폐쇄회로TV)에 밀려 쫓겨날 판이어서 4580원이 폭탄 같다”고 말했다.



본지 11월 2일자 1면
 본지 보도 후 정부와 경비업계가 유연한 태도로 돌아선 것은 다행한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일자리를 보호하고 임금도 일정 수준 올릴 수 있는 대책을 적극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비업종의 노동계에서도 “CCTV에 밀려나는 경비원들의 처지를 무시한 채 무조건 최저임금만 적용하라고 주장할 상황은 아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노동계는 서둘러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 양쪽이 밀고 당기며 눈치만 보는 사이 24시간 맞교대 근무로 월 100만원을 손에 쥐는 경비원들이 엄동설한에 하나둘씩 거리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주민들도 CCTV가 과연 해결책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한 주민들은 “당장 쌓인 낙엽을, 또 곧 내릴 눈은 누가 치우나 걱정된다”고 했다. “택배 수령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때 불편하다”는 이도 많았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고령자의 일자리마저 기계에 내줘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주민과 경비원이 모두 따뜻한 겨울을 맞도록 4580원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



장정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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