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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마다 자산 비중 조정한 길동씨, 그냥 놔둔 학도씨보다 47% 더 벌어

중앙일보 2011.11.01 04:00 Week& 2면 지면보기
홍길동과 변학도씨는 2000년에 현금 1억원씩을 갖고 있었다. 둘은 이 돈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 5대 5로 분산 투자하기로 했다. 주식과 채권을 5000만원어치씩 샀다. 1년 후 길동씨와 학도씨의 선택이 갈린다. 길동씨는 교과서대로 값이 오른 채권을 팔고, 내린 주식을 더 사서 5대5를 다시 맞췄다. 그는 약 11년간 매년 말 이렇게 비중을 조절했다. 반면 학도씨는 그냥 뒀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리밸런싱 왜 필요한가
오르내림 심할수록 리밸런싱 긴요
주기적으로 자산 비중 맞추는 과정
저절로 ‘저가매수, 고가매도’ 이뤄져

 2011년 10월 현재 길동씨의 1억원은 2억1490만원으로 불었다. 수익률 114.9%다. 반면 학도씨는 1억6800만원, 68% 늘었다. 똑같이 1억원을 투자했는데 약 4690만원 차이가 났다. 이는 우리투자증권이 테스트한 모의투자 결과다.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의 위력은 이와 같다. 왜 수익률이 47%포인트나 차이 난 것일까? 기계적으로 자산 비중을 맞추는 과정에서 저절로 ‘저가 매수, 고가 매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다른 조건을 대입해도 효과는 비슷했다. 3개월마다 리밸런싱을 하거나 또는 정기적으로 하는 대신 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 이상 변했을 때마다 리밸런싱했을 때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성과가 좋았다(그래프 참조). 이에 대해 강민지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 비용 등을 감안하면 매년 한 번 또는 자산가격이 10% 이상 변했을 때 리밸런싱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전략은 아니다. 가격이 오른 자산을 팔고, 내린 자산은 더 사는 행동은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줄이지만 동시에 고수익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리밸런싱의 근본 취지는 위험을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된 목표 수익을 차근차근 달성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행에 옮기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주가가 오르면 욕심을 부리고, 떨어지면 겁을 내 거꾸로 간다. 즉 처음엔 주식·채권 자산 비중을 5대 5쯤으로 배분했어도 주가가 많이 오르면 열이면 아홉은 더 많은 돈을 끌어다 주식에 넣는다. 이런 일이 몇 번 거듭되면 자산 비율은 어느새 9대 1쯤 돼 있고, 위험 관리는 ‘안드로메다행’이다. 이럴 때 지난 8월처럼 증시가 폭락하면 회복 불능의 타격을 입게 된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은 “리밸런싱 원칙을 고수하다 보면 시장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중심을 잡을 수 있으며, 저절로 탐욕과 공포에서 벗어나 편하게 재산을 불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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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계속 오르거나 내리기만 하는 장세라면 리밸런싱을 안 하는 게 수익률이 더 좋다. 하지만 실제 시장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다. 특히 요즘처럼 변덕 심한 장에서는 리밸런싱이 더욱 요긴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4분기 투자전략 리포트에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균형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성과가 더 좋다”며 “앞으로 글로벌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부진 때문에 안도 랠리와 급락을 반복할 경우 리밸런싱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방어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리밸런싱은 이런 좁은 의미, 즉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만 뜻하지는 않는다. 요즘은 ‘종합 자산관리(total asset management)’ 차원에서의 리밸런싱이 더욱 강조된다. 금융사들이 내세우는 은퇴설계, 평생 재무설계가 같은 맥락이다.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처음 정해둔 비중을 맞춰가는 과정이라면 종합 자산 리밸런싱은 비중 자체를 바꾸는 것이 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애초에 분배가 잘못 돼 ‘죽은 자산’이 있거나, 투자 목적이나 위험성향이 달라졌거나,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크게 변했거나, 소득이 달라지는 것 등이다. 다만 좁은 의미든 넓은 의미든 리밸런싱의 목표는 매한가지로, 위험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수익률은 목표에 근접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상품개발부 박현철 차장은 “수많은 자산 리밸런싱 방법론 중에서 나이와 생애주기를 따르는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에 따른 리밸런싱에 ‘정답’은 없으나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있다.



미래에셋 강 소장은 “40대면 60%를 주식에, 50대면 50% 하는 식으로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만큼 주식형에 투자하면 무난하다”고 했다. 또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사 뱅가드나 피델리티는 이렇게 정리한다. 결혼과 집 장만 등 재무 목표가 뚜렷하고, 투자에 실패해도 회복할 시간과 가능성이 있는 20~30대에는 주식 투자 비중을 80~90%로 높이라고 한다.



40~50대 초반이 되면 형성한 자산도 많지만 교육비 등 지출이 늘어나므로 주식형 자산 비중은 50% 수준으로 줄이고, 안전한 자산 비중을 늘린다. 또 주식형 자산 중에서도 보수적인 가치주 또는 배당주펀드 비중을 높이고 절대수익추구형 펀드나 ELS(주가연계증권) 등으로 손실 위험을 낮추는 게 좋다. 50대 중반으로 접어들면 은퇴 대비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이 시기에 손실을 입으면 만회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안전자산 비중을 70% 수준까지 높인다. 투자는 절대수익추구형 펀드, 만기가 짧은 조기상환 ELT(주가연계신탁)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 위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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