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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천안 용곡동 세광·신도브래뉴 주민 교통불편

중앙일보 2011.11.01 03:21 1면
천안시 동남구 청당동 풍세건널목이 지난해 청수지하도 개통에 따라 폐쇄되면서 용곡동 세광·신도브래뉴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조영회 기자]


풍세건널목 폐쇄 1년 3개월 … 매일 고생길

9m 철길이 가로막은 도심 마을 … 2300가구 주민 교통불편



기찻길 건널목 하나 때문에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 도심 속 아파트 단지가 있다. 경부선 철도가 지나는 천안시 청당동 풍세건널목이 1년 3개월 전 폐쇄되면서 이곳을 지나던 용곡동 세광1·2차, 신도브래뉴 아파트 주민들의 고생길은 시작됐다. 불편을 겪는 주민은 3개 단지(35개 동) 2300여 가구에 이른다.



 용곡동 세광2차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마동렬씨는 출퇴근 생각만하면 짜증이 난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건널목을 지나 공장이 있는 구성동까지 10분이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두 배 이상 걸린다. 집과 회사는 같은 자리인데 거리는 멀어졌다.



 불편을 겪는 주민은 직장인 뿐만이 아니다. 박정자(80) 할머니는 오랫동안 다니던 병원을 얼마 전 포기하고 집 앞 병원으로 다닌다. 고혈압과 당뇨병을 오랜 기간 앓고 있는 할머니가 5년 동안 자신을 잘 관리해준 병원을 바꾸게 된 건 외출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건널목 폐쇄 이후 버스 노선이 변경돼 병원에 가려면 두 배 이상 이동시간이 걸리는 데다 가끔이지만 택시를 이용하기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택시를 이용하는 주부들의 불만도 크다. 세광1차 아파트에 사는 장진희씨는 택시를 타고 마트나 터미널 일대를 가면 6300~6500원 정도면 갔는데 지금은 1500원 가량 요금을 더 내야 한다. 건널목이 없어져 길을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지하도 가는 길도 구불구불 위험천만



지난해 7월 26일 풍세건널목이 폐쇄됐다. 풍세건널목은 1968년부터 도심에서 외곽 지역인 풍세·광덕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40여 년 동안 천안 시민들이 이용했던 건널목이 사라질 당시만해도 주민들은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건널목을 대신할 도로가 인근에 개통됐기 때문이다. 건널목 폐쇄와 함께 청수지하도가 개통되고 앞서 같은달 신방통정지구에서 풍세로와 청당택지개발지구를 연결하는 청당지하도가 개통, 차량이 건널목을 건너지 않고 통행이 가능해졌다.



 청수지하도는 왕복 2차선 길이 720m로 폭 3m의 인도 시설을 갖췄다. 문제는 이 지하도가 기존 건널목과 거리가 떨어진 데다 지하도를 진입하기 위해서는 길을 돌아가야 하는 불편이 뒤따른다는데 있다.



게다가 지하도를 가기 위해 나있는 도로마저 위험천만하다. 폐쇄된 건널목에서부터 직각으로 구부러진 도로가 시작된다. 산 아래 두 번의 S자형 구간을 구비구비 돌아야 한다. 중앙선도 없다. 대형 트럭이나 버스를 만날 땐 바짝 긴장해야 한다. 이 구간을 나오면 100m 도로가 있는데 여름만 되면 물바다가 되기 일쑤다. 도로 옆 논이 1m 정도 높아 농번기 때만 되면 물이 넘쳐 도로 반대편 하천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도로도 좁은 데다 논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도로 중간 삼거리에서 대형차량이 회전하며 들어올 땐 사고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 구간을 지나도 안심은 금물이다. 중앙선은 있지만 200여 m 도로 끝 삼거리가 또 문제다. 청당지하도 방향으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회전 반경이 직각을 넘어 선다. 반대편(청당지하도~용곡동 방향) 차선에서는 이미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급좌회전하며 들어오다 도로 옆 가로등을 들이 받는 일이 자주발생하자 업체가 아예 가로등을 뽑아 버렸다.



 청수지하도로 들어서도 문제다. 구도심 방향으로 좌회전을 할 수 없다. 지하도를 통과해 300m를 더 가야 유턴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 구간에서는 대부분 차량이 바로 전 삼거리(청수초등학교 앞)에서 불법유턴 하는 경우가 많다. 승용차뿐만 아니라 대형트럭도 불법유턴을 수시로 하는 곳이어서 사고의 위험이 높다. 이처럼 몇 번의 위험구간을 무사히 지나야 구도심으로 오갈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아파트를 방문하는 친척이나 방문객 등 초행길 운전자의 경우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길이다. 이러다 보니 주민이나 외지인들 사이에서는 ‘택시도 대리운전도 기피하는 도심 속 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지역 주민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생긴 지하도가 주민들에겐 지역 발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교통 불편을 안겨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세광2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박미호(사진) 회장은 “철도 건널목이 폐쇄되면서 주민들은 1년 넘도록 불편을 겪고 있다. 대중교통비나 유류비도 큰 문제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7000여 명이 넘는 주민들이 위험한 도로를 언제까지 이용해야 할지 답답할 따름이다.”며 “천안시와 국회의원 등에게도 대책마련을 요구했지만 전혀 개선된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예산확보 지연 … “남부대로 연결도로 2015년 돼야”



청수지하도는 천안시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사업비 115억원(천안시 25% 부담)을 들여, 착공 2년 7개월 만에 개통했다. 청수지하도가 동서간 연결기능은 하지만 기존 풍세건널목이 담당하던 남북간 연결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은 누구도 쉽게 생각지 못했다. 결국 해당 지역 주민들이 도심으로 진출하기 위해 신방동 지역이나 청수·청당지하도를 이용해 돌아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은 이미 있었다. 세광2차 아파트를 지나 남부대로로 도로가 나있다. 남부대로 아래를 지나 용곡동 한라비발디 아파트를 연결하는 지하도다. 이 길이 생기면 다소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2009년 개통됐어야 하는데 남부대로까지만 나있고 이후로는 공사가 중단됐다. 예산 때문이다. 232m에 폭 20m, 4차선으로 사업비는 63억5600만원(공사비 26억400만원, 보상비 37억5200만원)이 든다. 2006년 10월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마쳤고 이듬해 4월 도시계획사업 실시계획인가를 승인 받았다. 그러나 2009년 토지보상비로 7억원만 집행했다. 이후 수년째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천안시 건설도로과에서 30억원의 예산을 올렸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편성되지 않았다. 이미 추진 중인 대형 사업이 많은 데다 전액 시비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에 다시 예산을 올려 반영시켜도 빨라야 2015년 이후에나 도로개설이 가능하다. 건설도로과 관계자는 “2009년이면 지하도 개설이 끝났어야 하는데 대형사업들이 많다 보니 예산 확보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주민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빨리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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