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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블루룸’

중앙일보 2011.11.01 03:18
공허한 현대인의 사랑을 표현한 연극 ‘블루룸’. 배우 김태우와 송선미는 오랜만에 연극으로의 복귀를 결정했다.



꼬리 물고 이어지는 남녀 열 쌍의 ‘현실적 관계’

성(性)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요? 전혀 없어요. 저에겐 뭐 수영장 가는 수준이니까. 하하” 3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배우 김태우. 그가 선택한 작품은 19금 연극 ‘블루룸’이다. 지금까지의 대다수 성인극들은 자극적인 장면과 외설적 표현에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작품성을 배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배우가 불이익을 보거나 심지어 공연 중 사고가 발생해 극이 취소된 사례도 있었다. 그렇기에 성인극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부담이 상당할터. 하지만 ‘블루룸’의 두 주인공 김태우와 송선미는 예상외로 담담하다.



 ‘남자’ 역의 김태우는 “극에 꼭 필요한 요소라면 밥 먹는 신이나 성 행위 신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극의 수위와 노출에 대해선 내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되레 배우로서 베드신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말투다. ‘여자’ 역의 송선미 역시 “몸매 관리 때문에 매일 샐러드를 먹어야 한다는 것 외엔 특별히 부담스러운게 없는데…” 하며 웃는다. 오히려 ‘19금’에 집중한 관객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그는 “다른 성, 다른 계급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얽히게 되면서 생겨나는 인간 ‘관계’ 자체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인다.



 이렇듯 ‘블루룸’은 꿈 같은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육체적 사랑’ 그 자체가 포장 없이 전개된다. 언뜻 보기엔 쾌락적이지만 내면적으로 들춰보면 염세적이기까지 하다. 열 쌍의 등장인물이 각자 성행위를 나누지만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스토리를 토대로 불륜이 일상화 된 오늘날, 사랑 대신 섹스만 남아버린 외로운 현대인의 모습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배우 김태우는 “블루룸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본능인 먹는 것과 자는 것, 성에 대한 것들에 색다른 관심을 갖게 할 연극”이라고 말하며 “개인의 감흥에 따라 웃기면 웃고 슬프면 슬퍼하고 흥분되면 흥분하라”고 전했다. 뭘 해석하려 들지 말라는 것, 사람에 따라 다양한 메시지가 나오기에 이 작품이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다.



성(性)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연극의 원작은 1900년대 오스트리아 작가 아서 슈니츨러의 희곡 ‘라롱드’이다. 이를 영국 최고의 극작가 데이빗 헤어가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1998년 런던 초연 당시 여배우 니콜 키드먼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자 캐릭터로는 거리소녀, 가정부, 유부녀, 모델, 여배우가 남자 캐릭터로는 택시드라이버, 남학생, 정치가, 극작가, 귀족남자가 등장한다. 이 모두를 배우 단 두 명이서 2인극으로 꾸려나간다.



 원작의 제목 ‘라롱드’는 ‘원’과 ‘순환’을 의미하는 프랑스 단어로, 극 역시 남녀 열 쌍의 성적 행각을 이어 쓰기(라롱드) 방식으로 나열한다. 이야기는 거리소녀와 택시드라이버의 에피소드, 택시드라이버와 가정부의 에피소드, 가정부와 학생의 에피소드, 학생과 유부녀의 에피소드 식으로 이어지고 종례에는 귀족남자와 함께 다시 거리소녀가 등장한다. 이야기상 하나의 원을 완성하는 것. 1인 5역이라는 배역이 탐나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왔다는 송선미는 “해당 인물마다의 적합한 리액션을 찾아내는 게 가장 큰 숙제”라고 말한다. 다섯 인물을 짧은 연습 기간 동안 표현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는 김태우는 “인물마다 표현상 미묘한 변화를 주는데, 그걸 관객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지 나 역시도 궁금하다”며 웃었다. 두 배우 모두 “연습 기간 한달 반 동안 잠자는 시간과 휴일은 없었다”며 “’블루룸’과 함께 하는 관객들은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극 ‘블루룸’은 다음 달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10주년 기획공연 ‘아주 특별한 2인극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프로듀서 신춘수와 연출자 이안규가 극을 지휘한다. 남자 역에는 김태우가, 여자 역에는 송선미, 송지유가 더블 캐스팅 됐다. 가격은 R석 6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 온라인 예매는 인터파크, 오픈리뷰, 클립서비스, 롯데닷컴, 맥스티켓에서 할 수 있다. 관람은 만 19세이상만 가능하다.

▶ 문의=1588-5212





<한다혜 기자 blushe@joongang.co.kr/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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