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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 정성 가득한 수능 선물

중앙일보 2011.11.01 02:46
김기수씨가 딸 혜윤양에게 딸을 응원하는 아빠의 마음을 담아 만든 노래 ‘수험생 딸에게’를 불러주고 있다.



아빠 마음 담은 노래 수험생 딸 불안 녹였다 문제가 술술 풀렸다

수능 시험을 앞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안쓰럽고 애잔하다.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을 아이를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이 그 불안한 마음을 절반쯤 녹여줄 수 있진 않을까. 노래로, 편지로, 무릎담요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든든하고 따스한 손길을 더해준 엄마 아빠의 수능 선물 이야기를 소개한다.



고3 딸 위해 직접 노래 만들어



 “내가 네가 되어 대신 해주고 파, 그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지만 넘어야 할 산이라면 기쁜 꿈을 그리며 담대히 넘거라~”



 ‘수험생 딸에게’라는 제목의 이 곡은 2007년 여름, 김기수(51)씨가 당시 고3이었던 딸혜윤씨를 위해 만든 노래다. “쏟아지는 잠을 떨쳐내지 못하고 연신 꾸벅거리면서도 자리엔 눕지 못하던 딸이 무척 안쓰러웠다”는 김씨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처음 맞이한 그 작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서 세상에 나선다는 사실이 대견했고, 그 마음을 노래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딸 혜윤(22)씨는 “힘든 시기였는데 아빠의 노래 선물이 큰 위로가 됐다”며 “세상에 나만을 위한 노래가 있다는 사실에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고 전했다.



 대학시절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활동한 적도 있는 특별한 이력의 김씨는 자신이 수험생이었던 시절에도 노래를 만든 적이 있다. 그 곡이 바로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다. 이 노래는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실려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30년 후, ‘수험생 딸에게’라는 노래를 통해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세상을 크게 보라는 것’. 서울대 출신의 김씨는 “막상 사회에 나와보니 학벌이 전부가 아니었다”며 “그러니 수능시험에 너무 목메지 말고 ‘보다 큰 그림을 그리며 꿈을 키우라’고 딸에게 말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엄마의 열아홉 시절이 담긴 노트 한권



 미대에 다니고 있는 이명선(21)씨는 2년 전, 수능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독서실 책상에 손수 만든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표지에는 “수능을 향해 쏴라”라는 글귀와 함께 ‘공부전문 미술전문 명선이 화이팅’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노트에 적힌 ‘사랑하는 딸에게’로 시작하는 엄마의 편지가 이씨를 흐느끼게 만들었다.



 고2 봄부터 이씨와 부모님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미술을 하고 싶어 하는 딸과 법대에 가길 바라는 부모님. 딸은 늘 화를 냈고 부모님은 이해 할 수 없다며 등을 돌렸다. 그렇게 서먹하게 지내던 모녀였는데, 수능을 앞두고 엄마가 전한 노트에는 엄마의 ‘열아홉 살 그해’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원래 국문과를 원했지만 가족의 반대로 간호학과에 간 이야기, 입학 후 한 쪽 청력에 문제가 생기면서 급기야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는 이야기들이 잔잔히 적혀 있었다. “‘엄마에게도 열아홉이 있었구나’ ‘엄마도 그런 일을 겪었었구나’ 생각하면서 많이 위로가 됐어요. 엄마의 마음도 이해하게 됐구요.”



 어머니 정갑주(47)씨는 “결국은 아이의 재능과 열정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마음을 딸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장으로 향하는 이씨의 발걸음은 한결가벼웠다. 이씨는 지금 미대에서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손수 만든 무릎담요와 목도리



 인테리어 전문강사로 활동 중인 호유정(49)씨는 재작년 둘째 딸 혜원이를 위해 특별한 수능 선물을 마련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 시험을 보게 될 딸을 위해 무릎담요와 목도리를 손수 마련한 것. “첫째 아이 시험 때는 절에서 백일 기도도 하고 그랬는데, 둘째 때는 바쁘다는 핑계로 그렇게 하질 못해서 늘 미안했어요. 대신 몸이 약하고 추위를 잘 타는 아이를 위해 따뜻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목도리와 무릎담요를 만들어주기로 한 거죠.” 초록색 체크무늬 폴라포리스 천을 구입한 후, 가장 자리에 손바느질로 스티치 장식을 했다. 정성을 표현하고 싶어서 린넨의 여러 가닥 실에서 몇 가락을 따로 뽑아 바늘에 꿰어 사용했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도 천을 가지고 다니면서 짬짬이 만들었다. 한땀 한 땀 뜰 때마다 그동안 수고했던 거 실수없이 잘 거둘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선물을 받은 딸은 “예쁘다”를 연발했고 “다른 아이들에게 자랑해야겠다”며 좋아했다. “수능 시험 날엔 늘 추워서 걱정이었는데 담요와 목도리를 하면 든든하겠다 싶었어요. 목도리와 무릎담요는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서 주변 분들에게 자주 권하곤 한답니다.”



<하현정·한다혜 기자 happyha@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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