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당뇨병 완치 길 찾았다 … 비밀은 돼지 췌도

중앙일보 2011.11.01 00:50 종합 6면 지면보기
박성회 교수
국내 연구진이 돼지의 인슐린 분비 세포를 이용해 당뇨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뇨환자는 세계에 3억 명, 국내에만 350만 명에 이른다. 현재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혈당(血糖)을 조절해 합병증을 최소화하면서 평생 안고 사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박성회 교수팀 발표 … “6~7년 내 신약 개발 목표”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박성회(64) 교수팀은 31일 돼지의 췌도(膵島·랑게르한스섬) 세포를 원숭이의 간 혈관에 주입해 7개월 이상 거부반응 없이 혈당이 정상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원숭이의 혈당이 평균 450㎎/㎗ 이상에서 정상 범위인 83㎎/㎗로 떨어졌고 이 상태가 7개월간 유지됐다는 것이다. 원숭이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다. 6마리의 다른 원숭이들도 돼지 췌도 이식 후 20일~4개월이 경과했지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돼지 췌도가 원숭이 몸속에서 제 역할(인슐린 분비)을 한다는 뜻이다.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업적은 이식(移植) 거부반응(graft rejection)을 해결했다는 점이다. 신체의 면역 시스템은 이식된 장기(臟器)를 외부 침입자로 간주해 집중 공격하기 마련이다. 사람끼리 간이나 심장을 이식하는 동종(同種) 이식에도 거부반응이 생겨 오랫동안 면역 억제약을 복용해야 한다. 박 교수팀은 돼지의 췌도를 원숭이가 거부하지 않도록 면역 억제제를 개발해 투여했다. 항원 선택적 면역억제제(MD-3)와 보조 면역 억제제로 구성된 면역조절 항체가 그것이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돼지 췌도 이식 후 넉 달이 지났을 때 면역 억제제 등 모든 약물 투입을 중단했는데도 혈당 수치가 정상을 유지한 점에 크게 의미를 부여한다. 박 교수는 “다른 종의 동물끼리 장기를 이식하고 면역 억제제 투입을 중단한 뒤에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거부반응 때문에 이식된 돼지 췌도 세포가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다 녹아버리기 일쑤였다.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췌도를 제공하는 뇌사자(腦死者)가 극히 적은 데다 산 사람의 췌도를 이식할 경우 제공자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져 윤리적인 문제가 생긴다”며 “돼지의 췌도를 사람한테 이식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데 이번에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당뇨병 완치법에는 췌도 이식 외에 줄기세포 치료도 있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갈 길은 멀다. 전문가들은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본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돼지들은 서울대에서 5년 이상 무균(無菌) 상태로 사육해 감염 위험성이 낮긴 하나 돼지한테는 증상이 없지만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세균·바이러스 등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사람한테 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임상시험 허가와 최종 시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연구팀은 “2013년께 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고 그 결과에 따라 3~5년 내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는 현재 뉴질랜드·멕시코 정도다. 두 나라 기법은 박 교수팀 것과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췌도(膵島·랑게르한스섬)=췌장의 약 10%를 점유하는 좁쌀 덩어리 모양의 부위로 이곳 베타 세포에서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분비된다. 이 부위가 고장 나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기능하지 못한 결과가 당뇨병이다. 따라서 정상적 췌도를 이식하면 당뇨병을 근원적으로 고칠 수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