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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은 이제 식상해 … 다시, 정통 오페라다

중앙일보 2011.11.01 00:36 종합 24면 지면보기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2008년 첫 공연 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대신 원작에 집중하는 무대의 힘을 보여준다.


진짜 곤충인 나비로 나오는 나비 부인과 풍뎅이로 변신한 핀커튼 대령(‘나비부인’, 2004년 이탈리아), 1960년대 유스호스텔의 젊은이들로 나오는 피가로와 수잔나(‘피가로의 결혼’, 2007년 네덜란드), 지옥으로 떨어지는 대신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거세당하는 돈 조반니(‘돈 조반니’, 2003년 독일)-. 몇 년 전까지 오페라의 혁신으로 손꼽힌 작품 목록이다.

“현대적 해석 어렵다” 관객 외면
호화 드레스, 고풍 샹들리에 …
올해는 클래식 무대가 대세



 오페라 발전의 ‘적’으로 몰리던 것도 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 실제 벽돌로 쌓아 올린 성곽, 고풍스러운 샹들리에와 원작을 전혀 손대지 않은 스토리 등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에선 단출한 무대를 시도했고, 유럽의 여름 음악축제에선 현대적 작품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통파 오페라가 돌아오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2011-12 시즌을 지난달 개막하며 연출가 데이비드 맥비커를 내세웠다. 파격적인 무대와 신선한 해석으로 이목을 끌었던 이다. 그런데 이번 시즌 도니제티의 ‘안나 볼레나’를 연출한 그는 “이 작품의 낭만성에 주목한다”며 헨리 8세 시대의 원작에 충실한 작품을 선보였다. 또 오페라의 메카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지난 여름 최대 화제작은 베르디의 의도를 그대로 반영한 ‘맥베스’였다. 당대의 의상·무대 등을 훼손하지 않은 페터 슈타인의 연출이 화제가 됐다.



시계 하나로 작품을 이끌어간 2005년 잘츠부르크의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 현대적 연출의 최고조였다.


 오페라 시즌이 시작된 한국의 가을에도 현대풍 무대는 찾기 힘들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가 대표적이다. 베르디의 원작에 충실한 무대를 2008년 올렸을 땐 ‘복고풍이라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당시 5회 공연 평균 2000명 넘는 유료 관객을 들였고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극장에 프로덕션을 통째로 들고가 공연도 했다. 이 성과에 힘입어 이달 24~27일 오페라론 드물게 재공연에 들어간다. 이 작품을 만든 서울시오페라단의 박세원 단장은 “1990년대 이후 모던한 무대, 파격적 연출이 세계적 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이 같은 연출이 무대를 되레 복잡하게 만들어 ‘오페라 하향’을 불러왔다는 문제의식이 불거졌다”고 말했다. 청중이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느냐의 기본 원칙이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박수지 수지오페라단장 역시 “지난해 ‘나비부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공연했더니 청중이 어려워했다. 같은 작품을 놓고 여러 연출을 비교해서 보는 마니아가 아니라면 새로운 해석은 어렵게 마련이다. 모던에 비해 클래식한 무대가 제작비는 더 들지만 이번엔 후자를 선택했다”고 했다. 수지오페라단은 다음 달 ‘리골레토’를 정통으로 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의 연출가 비비엔 휴잇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딸 질다에 대한 리골레토의 부성애라 생각한다. 이러한 심리에 중점을 두고 무대를 꾸민다”는 노트를 남겼다. 이처럼 연출가 원작자·작곡가의 의도를 재발견하는 등의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무대 위에 하나의 상징물만 놓여있는 모던한 무대는 오히려 연출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 클래식한 오페라의 부활과 인기는 이 장르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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