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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나는 한 일 없다” 류중일 끝내 눈물

중앙일보 2011.11.01 00:29 종합 28면 지면보기
류중일 삼성 감독(왼쪽)이 이만수 SK 감독대행의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5일 경산볼파크에서 삼성 감독 이·취임식이 열렸다. 전임 선동열 감독이 퇴진하고 류중일 감독이 부임했다.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내리 네 판을 지고 물러난 선 감독도, 전임자 옆에서 지휘봉을 건네받은 류 감독도 웃지 못했다.



 많은 전문가가 삼성에서 적잖은 불안요소를 봤다. 2005·2006년 우승, 2010년 준우승 감독을 잘랐으니 그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개막 후 여섯 경기에서 2승4패의 부진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상할 게 없었다. 4월을 3위(13승10패)로 마쳤고, 5월 13일(16승17패)엔 5위까지 떨어졌다.



 이런 경우 어느 사령탑이나 변화 또는 자극을 주고 싶어한다. 리더의 권한과 책임이 큰 프로야구의 톱다운(Top-down) 방식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류 감독은 나서지 않았다. 대신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삼성에는 류 감독보다 선배인 코치가 네 명(장태수 수석·김평호 작전·김용국 수비·김성래 타격)이나 된다. 그래서 ‘스태프 미팅’ 같은 딱딱한 형식을 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훈련 방법과 방향 등에 대해 대화했다. 류 감독은 “지시가 아니라 의논을 했다. 꼭 코치들이 선배들이어서가 아니라 후배들이었어도 각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6월 들어 타선이 폭발하더니 10일부터 16일까지 6연승을 달려 2위까지 점프했다. 28일엔 시즌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KIA와의 3연전(7월 26~28일)을 싹쓸이한 뒤 1위를 한 번도 놓지 않았다.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들만의 스타일로 SK를 눌렀다.



 류 감독은 우승이 확정되는 날까지 “나는 한 게 없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 꼭 강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서로를 조용히 지지하고 각자의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삼성은 2011년 챔피언이 됐다.



잠실=김식 기자



양팀 감독의 말



◆류중일 삼성 감독=“1월 20일께 괌 전지훈련 중에 김인 사장, 송삼봉 단장, 장태수 수석코치와 함께 골프 라운딩을 했다. 그런데 ‘쌍무지개’가 보이더라. 길조 아닌가. 이 말을 한국시리즈 우승한 날 하고 싶었다. 2011년 10월 31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윤성환이 14승, 오승환이 47세이브를 거뒀다. 두 선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 경기 뒤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님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님이 전화로 ‘고맙다, 축하한다’고 하셨다. ‘최강 삼성을 만들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삼성 선수들이 가슴에 고 장효조 감독 패치를 달고 뛰었다. 1-0, 긴박하게 앞서고 있을 때 ‘장 선배,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선배께 좋은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



◆이만수 SK 감독대행=“ SK 선수들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악조건 속에서 여기까지 왔고, 최고의 경기를 했다. 역대 가장 많은 포스트시즌 경기를 했고, 한국시리즈 5년 연속 진출이라는 최초의 기록을 작성했다. 감독대행으로서 후회는 없다. 사실 감독대행으로 일한 두 달 13일 동안 무척 힘들었다. 갖은 비난을 다 들었다. 감독이 이렇게 어려운 자리인 줄 몰랐다. 가족까지 눈물을 흘렸다. 나도 도망가고 싶었지만 선수들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에 하루하루를 살았다.”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류중일 [現] 삼성라이온즈 감독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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