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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강봉규 넘기고 오승환 틀어막고, 2011챔프 삼성

중앙일보 2011.11.01 00:26 종합 28면 지면보기
삼성 강봉규(왼쪽)가 0-0으로 맞선 4회 말 좌월 솔로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 앞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 강봉규의 홈런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 홈런이 됐다. 강봉규는 5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삼성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며 2006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잠실=이호형 기자]


강봉규
마지막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 오승환의 표정은 덤덤했다. 그러나 SK의 마지막 타자 정상호의 타구를 3루수 박석민이 낚아채 1루수 채태인의 글러브에 꽂는 순간 오승환은 두 팔을 번쩍 쳐들고 포효했다. 포수 진갑용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마운드를 향해 달려나갔다. 둘은 뜨겁게 포옹했다. 다음 순간, 그라운드 곳곳에서, 그리고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온 삼성 선수들이 오승환과 진갑용을 뒤덮었다.

삼성, SK 잡고 5년 만에 KS 우승
선발 차우찬 7이닝 무실점 호투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 격려전화



 삼성이 한국프로야구를 또 한번 제패했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4회에 터진 강봉규의 결승 홈런과 투수진의 호투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구단 사상 다섯 번째 우승. 2000년 이후 네 차례 우승을 차지해 SK(3회 우승)를 제치고 한국프로야구 21세기 최강팀으로 우뚝 섰다.



 감독 데뷔 첫해에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류중일 감독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용 사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우승을 축하하고 수고 많았다”고 격려할 때도 류 감독의 눈에서는 물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는 “고 장효조 선배님과 우승의 영광을 함께 나눈다. 부디 좋은 곳에 가셔서 편안하시길 바란다”며 울먹였다.



 삼성 마운드의 승리였다. 선발 차우찬은 7이닝 동안 안타는 다섯 개만 내주고 삼진 일곱 개를 잡는 호투를 했다. 최고구속 148㎞를 찍은 직구를 앞세워 SK 타자들과 정면승부했다. 직구가 살아나자 커브와 슬라이더가 빛을 발했다. 0-0이던 2회 1사 만루에서 정상호와 박진만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 위기를 넘겼다. 몸쪽으로 파고드는 직구에 SK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0-0이던 4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봉규가 SK 선발 고든의 직구를 잡아당겨 솔로포를 쏘아 올리면서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기울었다. 삼성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리드를 잡은 뒤엔 결코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8회 SK가 정근우의 유격수 내야안타로 추격 기미를 보이자 삼성은 한국 최고 마무리 오승환을 일찌감치 마운드에 올렸다. 1-0이던 8회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공 한 개만 던져 안치용을 유격수 뜬 공으로 잡아내면서 위기를 넘겼다. 9회에는 최동수-김강민-정상호를 차례로 범타로 잡아낸 뒤 마운드에서 포효했다. 오승환은 이번 한국시리즈 네 경기에서 3세이브를 올리는 맹활약으로 기자단 투표에서 총 66표 중 46표를 얻어 차우찬(18표)·안지만(2표)을 제치고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한국시리즈 통산 세이브 기록도 여섯 개로 늘렸다.



 반면 정규리그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는 통산 네 번째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았다. SK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허탈한 듯 그라운드를 쳐다보다 서둘러 더그아웃을 빠져나갔다.



 한편 SK는 한국시리즈 패배에도 불구하고 8월 18일부터 1군 사령탑을 ‘임시’로 맡았던 이만수(53) 감독대행을 1군 감독으로 정식 임명할 예정이다. 이 감독대행은 “우리 선수들은 끝까지 잘 싸웠다. 진정한 영웅들이다. 내년 시즌에 SK는 더욱 멋지고 강한 팀으로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잠실=허진우 기자

사진=이호형 기자



숫자로 본 삼성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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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대결한 팀들이 우승과 준우승을 나눠 가진 횟수. 1986~87년 해태가 삼성에 2년 연속 승리했고, 88~89년에도 해태가 빙그레를 상대로 연거푸 챔피언에 올랐다. 2007~2008년 SK는 두 시즌 연속 두산을 꺾고 우승했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해 4전 전패로 물러났던 SK에 올해 4승1패를 거두며 사상 처음으로 설욕에 성공했다.



1



류중일 삼성 감독의 부임 햇수. 1989년 단일리그제 채택 이후 초보 사령탑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경우는 2005년 선동열(당시 삼성) 감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류 감독이 선 감독의 후임으로 삼성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도 흥미롭다.



4



삼성의 한국시리즈 잠실구장 연승 기록. 2005년 두산과의 3, 4차전을 시작으로 2006년 한화와의 6차전, 올해 SK와의 5차전까지 네 경기를 모두 이겼다(2006년 잠실 5차전은 무승부). 삼성에 잠실은 ‘약속의 땅’인 셈이다. 그 사이 홈 대구에서는 3승3패, 문학에서는 1승3패, 대전에서는 2승을 기록했다.



4.2



올해 한국시리즈 경기당 평균 득점. 5경기에서 양팀 합해 21점이 나와 역대 한국시리즈 최소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삼성이 14점, SK가 7점을 얻는 데 그쳤다. 종전 기록은 2008년 SK(16점)-두산(10점)의 5.2점(5경기)이었다.



6



오승환(삼성)의 개인 통산 한국시리즈 세이브 수. 지난해까지 3세이브를 올린 오승환은 올해 1, 2, 5차전에서 세이브를 추가해 통산 6세이브로 한국시리즈 최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이 부문 2위는 선동열(당시 해태)과 조용준(당시 현대)의 4세이브다. 이번 시리즈에서 거둔 3세이브도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타이 기록(1997년 임창용, 99년 구대성, 2004년 조용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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