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분기 성장률 3.4% 그쳐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김 총재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강연에서 “내년 성장도 올해 정도일 것”이라며 “흑자 규모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경상 흑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의 수출이 활기를 유지하고 있고, 기업 재고감축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지 않는 등 경제 상황이 리먼사태 때처럼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일각에선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가는 뛰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접어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진단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안순권 연구위원은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연 4%대로 고공행진 중”이라며 “성장률이 여기에 미치지 못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날 함께 발표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연 4.2%로 7월 이후 4개월째 4%대를 기록 중이다. 반면 당초 연 5%였던 정부의 성장률 전망은 상반기에 4%대 후반, 하반기 4%대 초반으로 계속 낮아졌다.
‘4분기부터 좋아진다’는 한은의 전망에도 이견이 제기된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위원은 “선진국은 재정위기, 신흥국은 물가상승에 따른 금융긴축으로 저성장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며 “내년 이후에도 경제 회복의 탄력이 약해질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정책당국이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인 성장률이나 물가에 집착하기보다 경제체질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에만 의존하는 외바퀴 경제구조를 바꾸고 수출과 내수, 기업과 가계 사이의 양극화를 완화하는 게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안혜리 기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말. 경기가 침체되는데도 물가가 오히려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