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내한공연 머레이 페라이어
‘세계 최고 피아니스트’ 명성
물흐르듯 부드러운 사운드
이처럼 창작자를 꿈꿨던 그는 뉴욕 매네스 음대에서 작곡·지휘를 전공했다. 작곡을 접은 건 20세기 이후의 현대 음악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나와 언어가 달랐다. 조성이 사라지고 어려워지기만 하는 현대음악과 화해하기 힘들었다.” 피아노로 마음을 굳힌 그는 세계적 콩쿠르에서 우승을 했고, 지금껏 50여 장의 앨범을 내놨다.
승승장구하던 페라이어는 90년 위기를 겪는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다쳤고, 이후 뼈의 모양이 변하면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90년대 후반 바흐를 녹음하며 재기했지만 2005년 부상이 재발했다. 미국·영국에서 예정됐던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렇게 잊혀지는 듯했던 페라이어는 2년 만에 무대로 완벽히 돌아왔다.
무대에서 보이지 않았던 동안, 그는 부단히 싸우고 있었다. “첫 번째 부상 때는 바흐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이론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다. 부상이 재발했을 땐 브람스·쇼팽 등 그 동안 내가 쉽게 대해왔던 작곡가들을 새롭게 공부했다”고 했다,
2008년 내한해 특유의 ‘물흐르 듯 부드러운’ 사운드를 들려줬던 페라이어는 29일 오후 2시 다시 서울 예술의전당을 찾는다. 바흐·브람스·쇼팽 등 힘든 시절 그가 함께했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모두 들을 수 있다. “나쁜 일에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그의 말이 떠오를 무대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