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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부자’ … 자신의 삶을 더 품격 있게 만든 차인표

중앙일보 2011.10.18 04:30 Week& 7면 지면보기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재벌가 딸들의 외식산업 진출과 명품 점포 개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 소호(SOHO), 유럽 스타일의 카페나 빵집 등을 삼성과 롯데·신세계 등의 집안 자녀들이 운영한다고 한다. 이들 집안 자녀 사이에 공항 면세점의 명품 브랜드 유치 경쟁도 화제다. 앞선 감각과 남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이기에 이런 자신의 경험을 남다른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하려는 것 같다. 대중은 이들의 활약을 부러워하면서도 치열하게 사업을 한 부모 세대와 비교하며 기업가 정신의 실종을 걱정하기도 한다.


[황상민의 부자 탐구] ⑤ 부자의 고민 4

 그런데 최고의 교육과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그들이 왜 외식산업이나 명품숍 같은 동네가게 이미지의 비즈니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부모가 ‘배고픈 부자’에서 ‘품격 부자’로 변신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품격 부자의 자녀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자신의 삶을 남과 다르게 살려 한다. 자유분방함과 개성을 추구하는 ‘보헤미안’ 부자의 심리코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보헤미안 부자는 보통 자신이 가진 부(富)를 활용해 무엇보다 삶의 자유를 구가하려 한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무작정 사회경제 활동을 하기보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고자 하는 기인(奇人)이다. 이들에게는 스스로 선택한 자신만의 삶의 방식이 있다. 독립적으로 우아한 문화활동을 하거나 사회 기부나 봉사의 삶을 살기도 한다.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차인표·신애라 부부.
때론 고독해 보이기도 한다. 이들에게 돈이란 ‘당연히 있는 것, 자기만족의 조건’일 뿐이다. 부유함이란 단지 선대로부터 주어진 선물이다. 현재 자신의 부에 대해 만족하지만 부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이를 충족시키는 만족을 더 중시한다.



 빵이나 커피·와인 등과 같은 기호식품이나 명품은 이들이 생활 속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경험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이것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함과 자기 삶에 대한 진지함을 드러내려 한다. 일부 예술과 같은 문화 활동을 통해서도 뚜렷한 개성을 표출하려 하지만 먹고, 마시고, 입고, 쓰는 것이 더 쉬운 것일 뿐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자신들의 비즈니스 역량을 발휘하고 인정받고 싶을 뿐이다. 이들의 정체를 잘 나타내는 단어들은 ‘독특함’ ‘개성’ ‘향수’ ‘드러내기 싫어함’ ‘심사숙고’ ‘고지식’ ‘외로움’ ‘후한 인심’ 등이다. 한국 사회에서 ‘보헤미안 부자’로 인식되는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이 와중에 보헤미안 부자이지만 기호식품이나 명품 사업이 아닌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잘 드러낸 상징적 인물이 연예인 차인표다. 무엇보다 그는 건실한 해운회사의 회장을 지낸 부자 부모를 두었지만 부모의 부와는 상관없이 스스로 성공한 배우로서의 자기 삶을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더 품격 있고 개성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컴패션(compassion)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그의 모습에서 보헤미안 부자의 심리코드는 더욱 빛난다.



 한국의 대표 부자 20명 중 80%가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대표 부자의 80%가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이런 자료로 유추하면 대다수 한국 부자는 품격 부자로 행세하려 할 것이고, 이들의 고민은 자녀들을 어떤 부자로 살게 할 것인가의 문제일 것이다. 보헤미안 부자, 배고픈 부자, 품격 부자? 부자라서 고민이 없을 것 같지만 전혀 다른 고민을 그들은 하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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