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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엔 생활비 덜 든다고요? … 건강·여가활동·자녀결혼 돈 쓸 일 더 많아

중앙일보 2011.10.18 04:30 Week& 6면 지면보기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은퇴 설계의 기본은 자신의 은퇴 후 지출에 맞게 충분한 소득(현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서 충분하다는 말은 자식이나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 정도의 현금 흐름을 얘기한다. 은퇴 상담을 하면서 가장 먼저 물어보는 게 은퇴 이후 예상하는 월 생활비다. 그런데 이때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김진영의 행복한 은퇴 설계]

첫째는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은퇴 후 실제 생활비가 별로 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예상하는 생활비는 평균 211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은퇴 후에 현재보다 생활비가 늘어날 거라고 내다본 응답자는 18%였다. 하지만 실제 은퇴한 사람들에게 따로 물어보니 생활비가 증가했다는 응답이 약 40%나 됐다. 이유는 자녀·건강·여가활동 등이 은퇴 전 생각하던 것과 딴판이기 때문이다. 자녀의 경우 대학을 나와도 취직은 하늘의 별 따기다. 취직 때문에 공부만 계속 하고 결혼도 늦어진다. 현재 결혼 연령이 남자 32세, 여자 29세로 10년 새 3년이나 늘어났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의료비는 50세 이전까지 2300만원 인데, 50세 이후 80세까지는 5400만원으로 140%나 늘어난다. 앞으로 100세 시대가 열릴 것을 감안하면 의료비 부담은 급증할 것이다. 여가활동은 어떤가? 요즘 은퇴해도 대부분 돌아갈 고향이 없기 때문에 지금 사는 곳 근처에 눌러앉아 산다. 여가활동도 몇 개의 친목단체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건강해서 해외여행도 많이 다닌다. 이게 다 돈이다.



 
둘째는 30년을 매월 같은 금액으로는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물가는 계속 오를 테니 실제 돈의 가치는 갈수록 작아지고 필요한 돈도 생각보다 들쭉날쭉이다. 211만원이란 돈도 현재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 30년 뒤엔 고작 15만원가치밖에 안 된다. 은퇴 후에도 은퇴 전처럼 보너스도 필요하고 투자로 과외의 돈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제시되는 일반적인 해결책은 돈이 모자랄 것에 대비해 연금상품을 계속 더 쌓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지금의 지출을 줄여 연금저축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이제 화살로 과녁을 맞히는 방식의 단선적인 은퇴 설계로는 어렵다. 화살이 일정한 괘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방향을 계속 리밸런싱해 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은퇴 후 시간이 길수록 변수도 많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은퇴소득과 지출을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 기존의 3층 연금(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은 은퇴 후 기초생활비 정도로 보자. 실제 제대로 된 은퇴생활을 하려면 은퇴 후에도 은퇴자산을 적극적으로 굴려야 한다. 월급형 상품을 조합해 투자형 현금 흐름으로 유연한 4층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상품이 아닌 자산관리 관점의 은퇴 설계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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