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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기의 마켓워치] 유럽발 쇼크가 남긴 교훈

중앙일보 2011.10.18 04:30 Week& 4면 지면보기
김광기
머니&팀장
모처럼 시장을 짙눌렀던 안개가 걷혔다. 그리스 구제금융 논의가 유로존의 공조로 한고비를 넘겼다. 시장은 이제 유럽발 악재에 내성을 갖게 됐다.


삼성전자가 보여준 실적의 힘 … 장기 투자 ‘1등 기업’으로 압축해 볼만

이탈리아에 이은 스페인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한국 증시의 롤러코스터는 이번에도 초강력 기능을 과시했다. 떨어질 때 아찔했던 만큼 반등 속도도 빨랐다. 뚝심 있게 버티며 공포를 역으로 이용한 사람들이 웃었다.



 8월 이후 증시 행보는 투자자들이 곱씹어야 할 교훈을 남겼다. 무엇보다 투자의 기본을 일깨웠다. 주가는 누가 뭐래도 기업 내재가치를 충실히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예기치 못한 쓰나미가 밀려오면 일단 함께 휩쓸릴 수밖에 없지만, 물이 빠져나갔을 때 살아남는 것은 역시 기초체력(실적+자산)이 강건한 존재들이다. 눈앞의 공포에 맞설 힘도 여기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움직일 수 없는 증거다. 3분기 영업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1조원이나 웃돌면서 주가 반등을 선도했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다른 대형주들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켰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유럽과 미국 은행들의 손실 확대 소식으로 국내 은행의 주가도 덩달아 급락했지만, 내실은 전혀 딴판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은행의 올 3분기까지 순익은 사상 최대로 나타났다.



 이제 투자자들의 관심은 글로벌 경기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재침체)까진 가지 않더라도 장기 저성장 흐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제2, 제3의 쓰나미가 언제 밀려올지 모른다. 똑똑하고 힘 있는 자산만 선별해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경기가 나쁘다고 모두 고생하는 것은 아니다. 불황을 즐기는 기업이나 자산도 분명 있다. 어두울 때 더욱 빛나는 ‘1등’들이 그렇다. 불황은 2등, 3등들에게 더 가혹한 시련을 안긴다. 1등은 승자 독식을 만끽하며 더 멀리 도망갈 수도 있다. 한국의 기업들 중에는 그런 반열에 오른 케이스가 적지 않다.



 불황기에는 장기 투자가 독(毒)이 될 수도 있다. 가치가 떨어지는 자산을 계속 끌고 가는 경우다. 장기 투자의 위험은 최근 일부 해외펀드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5년 전 국내 투자자들이 앞다퉈 사들였던 베트남펀드가 -60%의 참담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4년 전 기세등등하게 투자자들 모았던 인사이트펀드는 아직 -25%다. 중국·브라질·러시아펀드와 이들을 버무린 브릭스펀드의 사정도 비슷하다.



 이들 펀드를 강추했던 마켓리더들의 행태는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욱 쓰리게 한다. “이머징마켓에 장기 투자하자. 미국과 일본도 과거엔 이머징마켓이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이제 와서 “베어마켓(약세장)이 본격화할 테니 안전자산으로 대피하라”고 한다. 실력 부족이요, 통찰력 부족이다. 투자는 철저히 자기 안목과 뚝심에 기초해야 하고, 그래야 성공 확률도 높다는 사실을 최근의 시장은 확인시켜 줬다. 아니다 싶은 자산은 미련 없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비정한 투자의 세계다.



김광기 머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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