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해 수익률 -14% 강방천, 3년 길게 보니 +90%

중앙일보 2011.10.18 04:30 Week& 2면 지면보기
‘가치투자’는 모든 자산운용사가 내거는 투자 전략이다. 가치 있는 주식을 쌀 때 사 제값에 팔겠다니,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치투자는 ‘모멘텀 투자’의 반대말이다. 모멘텀 투자는 특정한 주가 상승의 기회를 잡아 매매하는 전략이다. 가치보다 비싸게 주고 사도 더 비싸게 팔면 된다는 방식이다.


[스페셜 리포트] ‘국가대표’ 6개 가치투자 펀드 뜯어보니

반면 가치투자는 주식의 과거(안정성)·현재(수익성)·미래(성장성) 가치를 따져 투자한다. 대개 주가순자산비율(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등이 낮은 주식이 관심 대상이다. PBR이나 PER이 낮다는 것은 주가가 회사의 보유 자산이나 수익성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의 대표적 가치투자 펀드 6개를 골라 해부·분석해봤다. PBR·PER을 따지는, 즉 전통적 의미의 가치투자에 가장 충실한 펀드는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다. 2006년 설정 이래 이채원 부사장이 운용을 맡고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이 부사장은 PBR이나 PER이 낮은 주식을 선호하는 전형적 ‘그레이엄식’ 가치투자자”라며 "눈에 안 보이는 미래 성장 가치보다는 과거에 벌어놓은 자산, 현재 벌고 있는 수익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공개된 포트폴리오(7월 말)를 기준으로 이 펀드가 투자한 종목들의 평균 PBR은 0.9배다. 곧 기업이 당장 사업을 접고 자산을 모두 팔아도 현재 주가의 총합(시가총액)보다 많다는 의미다. 주가가 50% 떨어졌다가 원금을 회복하려면 100% 올라야 한다. "얼마나 돈을 더 버느냐보다 얼마나 안 까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이 부사장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펀드 내 주식 비중도 85%로 낮다. 혼란스러운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금을 두둑히 쌓아둔 것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이 맡고 있는 ‘코리아리치투게더주식펀드’는 미래 성장가치를 따진다. 미래 가치는 ‘발로 뛰어’ 잡아낸다. 그는 중국에 출장 가면 증권회사가 아니라 마트부터 들른다. 강 회장의 투자법은 ‘월가의 영웅’ 피터 린치를 닮았다. 린치는 기업의 보고서가 아니라 백화점에서 뭐가 잘 팔리는지, 부인이 어떤 주방용품을 사는지를 살피는 방식으로 투자 종목을 발굴했다. 13년간 펀드를 운용하면서 2700%의 수익을 올렸다. 대형 성장주가 많기 때문에 코리아리치투게더펀드도 단기 수익률(3개월 -17%)은 좋지 않다. 그러나 장기 수익률(3년 90%)은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3년 46%)의 두 배다. 이 운용사는 펀드를 판매사를 통하지 않고 팔기 때문에(펀드 직판), 가입을 원하면 운용사를 통해야 한다.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주식펀드’는 국내 가치투자 펀드의 막내 격이다. 그러나 실력은 출중하다. 올 들어 -0.4%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12%였다. 이 펀드를 굴리는 최웅필 팀장은 ‘버핏식’에 가까운 펀드매니저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는 안전마진을 확보해야 한다(싸게 사야 한다)는 원칙을, 또 다른 스승인 필립 피셔(성장주 투자의 아버지)로부터는 기업의 성장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는 원칙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버핏처럼 안정성은 물론이고 성장성까지 따져 에스엠 같은 주식을 찾아내기도 했다. 최근 수탁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주식펀드’는 6개 펀드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이 운용사는 1996년 설립 이후 15년간 가치투자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저평가 우량주에 중장기 투자해 2003, 2008년 같은 약세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수익률이 주춤하다. 허남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 5월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전략에 대한 근본적 검토와 반성을 하고 있다. 기본 철학은 유지하되 가치 분석에서 기업의 미래 가치를 고려하겠다”며 변화를 시사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신한BNPP Tops Value1주식펀드’는 2006~2008년 수익률 상위 5%권의 좋은 성과를 보였다. 강세장이었던 2007년 대형 성장주 펀드가 약진할 때에도 수익률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치투자 펀드의 체면을 세웠다. 그런데 2009년 초 SH자산운용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합병하면서 펀드매니저가 퇴사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펀드를 수익률 순으로 1등부터 100등까지 나열해 표현한다면 이 펀드는 2008년 1등에서 2009년 96등으로 추락했다. 최근엔 회사가 안정을 찾으면서 수익률이 회복되는 추세다.



 세이에셋자산운용은 미국 자산운용사인 SEI인베스트먼트, 국제금융공사(IFC), 메트라이프인터내셔널 등이 주요 주주다. 장기 투자 문화를 이해하는 주주들 덕분에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이 회사의 ‘세이가치형주식펀드’는 가치펀드의 전통적 강자였지만 최근 성격이 바뀌었다. 가치주 비중이 낮아지고 포트폴리오도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위주로 바뀌었다. 운수장비(자동차)와 화학 업종 비중이 전체의 35%에 달한다.

고란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