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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앞에 무릎 꿇은 남편 … 다시 찾은 부부사랑

중앙일보 2011.10.18 03:21 1면 지면보기
8,15일 이틀간 이뤄진 ‘열린 3기 아버지학교’에서 남편이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 행사와 아내?자녀사랑 포스터 사진. [조영회 기자]



충남교육청 ‘열린 3기 아버지학교’

상처 씻어내는 눈물의 세족식



15일 천안 가온중학교(동남구 청당동)에서 아버지를 위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충남교육청이 마련한 ‘열린 3기 아버지학교’. 행사 마지막에 남편들이 의자에 앉아 있는 아내의 발을 씻겨주기 위해 대야를 들고 나란히 섰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남편들은 두 무릎을 꿇고 정성스레 발을 씻겼다.



발을 씻기기 위해 고개를 숙인 남편 머리 위로 눈물을 참는 아내들의 모습이 보였다. 애써 눈물을 참으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보지만 그럴수록 눈물은 쉼 없이 흘렀다. 아내의 눈물을 본 남편도 눈가를 훔쳤다.



세족식이 끝나고 부부들은 포옹했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보며 남편은 아내의 등을 살며시 두드려줬다. 부부들은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 가졌던 그동안의 오해와 불신은 모두 깨끗이 씻겨 내려갔다.



‘열린 3기 아버지학교’는 지난 8일에 이은 두 번째 행사다. 이틀 동안 17시간에 걸쳐 진행된 행사 중 세족식은 단 20분. 짧은 시간이지만 부부들은 어느 때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다.



이상우(38)·박진선(38) 부부도 이 중 하나다. 남편 이씨는 “아내의 발을 처음 씻겨봤다”며 “아내에게 미안했던 점, 잘해주지 못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부인 박씨는 “남편이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8년 동안 남편과 살면서 서운했던 일이 많았다. 점점 대화도 없어져 갔다. 그러나 ‘아버지 학교’에 참여해보니 남편만의 잘못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며 “세족식 때 흘렸던 눈물의 의미는 남편에 대한 화해와 용서”라고 말했다.



충남교육청 임욱순(55) 팀장은 “세족은 남편 때문에 아내가 받았을 아픔, 상처를 씻어낸다는 의미다. 남편과 아내의 닫혔던 마음을 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사랑 담은 편지에 감동한 아내들



‘아버지학교’ 두 번째 행사 전, 참석자들은 ‘아내와 자녀에게 편지쓰기’ 숙제를 받았다. 60여 명의 부부들 앞에서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는 시간. 한 발표자는 “아내가 사랑스러운 이유가 150가지인데 종이 한 장에 쓰려니 힘이 들었다”며 “TV를 보며 20~30분 걸려 썼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편들은 긴장해 떨리는 음성으로 글을 읽어나갔다. 목 메어 글을 다 읽지 못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부들의 표정도 진지했다.



“당신이 있어 매일 행복합니다.” 이근호(40)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아내 김은정(38)씨는 말 없이 남편의 음성을 들었다. 김씨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부부는 긴장한 채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이씨는 한 아내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다. 그는 “아버지학교에 참여해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평소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지난주 열린 첫 번째 행사 이후부터 아내, 자녀들과 항상 포옹한다”고 말했다.



부인 김씨는 “남편이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하는지 몰랐다. 가정은 내버려둔 채 바깥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번 기회에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편이 변하면 가정이 행복하다



참석자들은 세족식, 편지쓰기 외에도 ‘아버지의 영향력’ ‘아버지의 남성문화’ ‘남편의 사명’ ‘아버지와 가정’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다. 또 아내·자녀사랑 포스터 그리기, 남편·아버지로서 잘못한 점을 종이에 쓰고 태우는 행사를 통해 책임감과 가족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버지와 가정’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장명기(55) 강사는 “남편과 아내의 갈등은 대화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며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갈등이 해결된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된 남편, 아내의 행동이 바뀌어야 자녀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총괄한 충남교육청 박순옥(52) 학부모지원담당 사무관은 “가정의 행복이 곧 자녀 교육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들의 관심과 참여는 많은 편이지만 아버지들의 관심은 저조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현재와 같은 참여가 앞으로도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한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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